소매치기의 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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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이 검은 손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한두번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그들의 손은 흰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다시 검은손으로 변해갔을 것이다.
27세의 한창나이에 별(전과)을 7개나 달고 8개째의 별이 붙는 재판도중 그들은 시꺼먼 손으로 탈주 극까지 연출했다. 손에 묻은 검은 때를 영영 씻을 수 없는 길을 그들은 스스로 택한 것이다.
7개째의 별을 달고 출감한 뒤 그들은 『다시는 죽어도 교도소에 가지 말자』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말자』는 다짐이 아니었다. 『나쁜 짓은 하되 칼을 휘둘러서라도 잡히지는 말자』는 다짐이었던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탈주범 가운데 노은상은 지난해 12월 경찰에 잡혔을 때 가슴을 치면서 울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고아로 어쩌다 교도소 출입을 시작했고, 출감 때마다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발버둥쳤으나 『왜 그런지 그게 안 된다』고 몸부림쳐 담당 형사가 눈시울을 적셨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그게 안 된다』는 그의 말속에서 우리는 사회를 향해 내뱉는 그의 처절한 절규를 본다.
『그게 될 수 있도록』 사회는 그에게 발붙일 틈을 주지 않았다.
검은손의 전과자라는 이유였을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 냉소를 보냈고 침까지 뱉었다고 그는 느꼈을 것이다. 바로 그 외로움이(어쩌면 증오가)그들로 하여금 비뚤어진 의리로 똘똘 뭉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교도행정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탈주범들이 칼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수갑은 어떻게 풀었는지, 교도관들은 무얼 했는지 의문은 꼬리를 물지만 이런 문제를 모두 다 제쳐놓는다 해도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이름이 바뀐 근본취지」만은 제쳐놓을 수가 없다.
형무소 아닌 교도소라면, 교도소출입회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더 손이 새까맣게 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다.
행여 교도소가 아직 형무소는 아닌지, 행여 교도소가 아직도 「범죄인 수용소」이면서 「범죄인들끼리의 범죄개발교육장소」는 아닌지 의문이 솟아난다.
적어도 교도소는 손에 묻은 시꺼먼 때를 씻어내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 것이다. <오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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