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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도 자수와 내재율은 지켜야…기본율 모르고 쓴 작품 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다시 지상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게되어 반갑다. 시인과 시인들끼리의 만남,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 선자와 투고자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시인공화국, 우리들은 시인공화국을 꿈꾸고있기 때문이다.
선평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시조에 대한 관견을 말해두고자 한다. 시조란 우리 고유의 민족시이기 때문에 아무리 새로우려고 한다해도 그 틀(자수고)과 리듬(내재율)을 살리는 범위 안에서의 일이지 그것을 벗어나기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서 쥐(참신이니 실험이니)를 잡기 위해서 독(틀, 리듬)을 깨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젊은 시인들 중에서는 자유시를 토막내어 억지로·구겨 박아 놓고 그것이 시조인양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이 들어왔다. 많은 곡물을 추수한 농부처럼 선자는 흐뭇하다. 그러나 쭉쟁이가 반쯤이다. 시조의 기본율도 모르고 쏜 작품이 반이라는 이야기다. 그리나 그 중에서 황금 이삭 4이삭을 골라잡았다.
「비오는 날」(김경자)-이 시인은 이미 기성 시인의 역에 든 사람이다. 서정도 이만하면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 그림이 어찌 이만한 것을 그려내겠는가. /당신의 골무 쪽 같은 붉은 철쭉, 흰 배꽃-여류 시조의 절조이다. 「어머니」(장원영)-까마귀 우는 아침 조반상 그저 두고/노자도 잊으신 채 이웃집 마실 가듯/그렇게 훌쩍 떠난 어머님을 생각하는 정이 전편에 곡진하게 흐르고 있다. 3수까지 이끌어 나간 저력도 보여준 시인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심층의식을 더 건져 올리는 작업이랄까.
「초파일」(이영주)-잘 읽히는 작품이다. 시조는 우선 무리 없이 잘 읽혀야한다. 사찰을 주제로 한 작품이면 으레 고루하다는 통념도 벗어난 작품이다. 종장도 앉을 자리에 가 앉았다.
「춘삼월」(채수길)=아직은 작품이 어리다. 어떤 생물에다 운을 붙여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시요, 그대로를 그려내는 것이 산문이다. 산문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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