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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책사랑] '책벌레' 탤런트 양미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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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한순간에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집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시집을 손에서 놓지 못하죠.”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해 ‘한상궁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켰던 탤런트 양미경(43)씨. 그는 방송가에서 소문난 ‘독서파’다. 빡빡한 촬영 일정 속에도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항상 시집을 꺼내 든다. 평소 신문 북리뷰를 꼼꼼히 읽다가 좋은 책이 있으면 바로 서점을 찾는다.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원숙하고 단아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세대가 점령한 방송가에서 40대 여성 탤런트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습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춘기 무렵에는 괜히 어려운 철학서나 명상집을 읽고는 했습니다. 이해도 못하면서 그냥 글을 따라다녔죠.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시가 좋아졌습니다. 그 시절 일본의 하이쿠에서 받은 강렬한 느낌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책에서 나는 향기가 좋아 젊은 시절엔 일부러 오래된 책을 찾으러 청계천 책방을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김승희·이상·김수영 등 느낌이 강하고 거친 시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채봉·정호승의 정감있는 시들이 좋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들 진석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주곤 했다. 아이와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책들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읽은 책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곤 하는 버릇도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줬다. 읽을 때마다 다른 그 느낌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한번 읽었던 책에 스티커를 붙인 뒤 다시 읽은 뒤에는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붙이게 했다. 처음에는 색색의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로 시작해 지금은 책읽는 습관을 붙였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평소 좋아하는 시에 짤막한 감상을 달아 『양미경의 가슴으로 읽는 시』(은행나무)로 엮었다. 실린 시인이나 시의 성향이 각양각색이어서 “모든 것을 떠나 ‘느낌이 좋은 시’를 선호한다”는 그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방송에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소재로 하니 저나 시청자나 가슴 속에 묻어뒀던 솔직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훌륭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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