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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 찾은 집념의 모정 "전국을 백일간 헤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눈물겨운 모정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말못할 사연도 많았다.

<추적>
입양을 알선한 홀트 측이 양부모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수사기관에 의뢰했으나 알 수가 없었다. 김씨는 지난 4월 홀트를 상대로 소송을 내 지난달 25일 재판과정에서 양부모의 주소를 알아냈다. 양부모는 서울 길음동에 사는 오모씨(38)부부.
친정아버지 김덕모씨와 함께 집을 찾았으나 오씨는 이미 오래 전에 청량리로 이사한 뒤였다.
퇴거주소인 청량리 경찰서 뒤 셋방을 찾아보니 역시 3개월 전 이사하고 없었다.
집주인은 오씨 부부가 경기도 양주군으로 이사갔다고 알려줬다.
퇴거신고를 하면 주소가 알려질 것이 염려됐든지 오씨는 신고를 안해 주민등록은 직권 말소돼 있었다.
양주군 일대를 뒤졌으나 오씨를 찾기는 불가능했다.
지난달 26일 하오 김씨는 주민등록에 나타난 오씨의 본적지를 찿아가 아는 사람을 통해 오씨 집을 알아낼 수 있었다.
호적에는 구승회군이 「오상훈」이란 이름으로 오씨의 친아들로 올라있었으나 생년월일은「79년 11월12일」그대로였다.

<상면>
지난달 26일 밤8시30분 김씨는 오씨 집을 찾은 즉시 준비도 없이 문을 열었다.
오씨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물론이고 처음에는 『도저히 되돌려 줄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승회군은 단간방 한쪽에서 내복차림으로 잠들어있었다.
1년10일만의 모자상봉이었으나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방안이 떠들썩하자 잠이 깬 승회군은 『엄마』하고 기른 정인 정씨(39)품에 안겼다.
깨고 보니 승회 군의 옛날 얼굴 그대로였다.
기른 정의 엄마는 아무말 없이 울고 있었다.
감정이 누그러지자 친정아버지 김씨와 기른 정의 아버지 오씨는 술을 마시러갔고 두 엄마가 마주앉아 그 동안 승회군을 기른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결혼10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없어 큰맘먹고 홀트를 통해 승회군을 데려왔으며 주위에서는 모두 친자식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승회군이 신문·TV·잡지에 보도된 것을 안 후 불안해서 밖에 내보낼 때도 꼭 따라다녔다고 했다.
기른 정의 엄마는 밤새 눈물을 흘렸고 낳은 정의 엄마도 함께 울었다.
27일 아침 마침내 기른 정의 부모가 『아이를 돌려주겠다』고 양보의 뜻을 비쳤다.
1백8일만에 비로소 친자식의 손을 만져보는 김씨의 손은 떨렸다.
겨우 뒤집기만 했던 승회군이 낯가리도 않은 채 『과자를 사달라』며 가게로 끌고 갈 정도였다.
『그 동안 저토록 건강하게 키워준 기른 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낳은 정은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승회군을 구김살 없이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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