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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이뇨제(3)|정석호(내과·연세대 의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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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장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20대 전후 무척이나 모양을 내고 찾아오는 이들의 호소는 『자고 나면 눈두덩이 붓는다』는 것으로 신장에 이상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병을 사전에 예방해 보려는 자세는 좋지만 이런 여성들의 10명중 9명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간다.
우리의 몸은 체중의 60∼70%가 물로 되어있는데, 서거나 앉아있는 자세에서는 세포 외의 수분이 중력의 작용으로 복강이나 장, 혹은 다리 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중력의 작용이 같기 때문에 얼굴이나 상체로 수분이 골고루 퍼지게 되고, 특히 세포의 틈이 조금 넓은 눈언저리는 다른 부분보다 많은 수분이 몰려 붓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체로 잘 느끼기 힘들 정도의 변화이지만 신경이 예민하거나 특히 외모에 관심이 많은 걺은 여성들은 병적인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일이 많고, 눈이 작아 보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욱 생리주기 직전에는 체내 호르몬 분비의 영향으로 일시적이긴 하지만 염분축적과 약간의 부종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자신의 용모에 불만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금방 부기가 빠지는 이뇨제를 상용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
요즘의 이뇨제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대단히 강력하여 복용 후 곧 강압적으로 소변량을 증가시키는 까닭에 기본상 몸이 가벼워진 것 같고, 눈이 쏙 들어가 예뻐진 듯이 느껴져, 데이트나 중요한 약속으로 외출할 때는 이뇨제를 찾는 습관이 생긴다.
문제는 바로 이 이뇨제의 마약과 같은 습관성에 있다. 반복하여 사용하면 체내의 수분 함량이 떨어져 탈진하게 되고, 장안의 수분 흡수가 잘되어 변비가 생길 뿐 아니라 전해질 불균형증이 병발되어 때때로 마비·두통·무력증 등을 초래한다.
한편 체내에서는 세포 간격이 넓어지고 신장이 이뇨제에 내성을 보여, 점점 많은 양의 이뇨제를 복용치 않으면 소변량이 격감되고 부종이 생기게 된다.
처음에는 단지 일시적인 미용상의 이유로 복용하던 것이 습관화되면 이렇듯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오게 된다. 또 병적인 부종의 경우에도 이로 인한 장기 기능 장애가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근본적인 것은 부종의 유발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다. 다만 고혈압 치료제로서의 이뇨제 사용은 이뇨작용 보다는 염분 배설의 증가를 통해 혈압을 내리려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는 수가 있다.
각종 신장염 환자에게 이뇨제를 쓰게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강력한 이뇨 작용에 의한 부종의 소멸, 깨끗한 소변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신장염 자체가 호전되지 않는 한 이뇨제를 중단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실제 신증후군을 병발한 신장염의 경우는 신장염 치료약제의 작용효과를 관찰하기 위해서도 이뇨제를 쓰지 않는다.
신장염이 치료되면 이뇨제를 쓰지 않아도 소변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쓰는 동안 이뇨제를 복용하게 되면 치료효과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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