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석 석달…불국사 주지 다툼 매듭단계|총무원장 불신임까지 몰고온 사태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동생(사제)과 아들(상좌)간에 3개월 동안 치열한 상속 다툼을 벌여오며 급기야는 총무원장의 전격 불신임 사태까지 몰아온 조계종 경주 불국사의 후임 주지문제가 마침내 사제 쪽의 승리로 기울어졌다.
최월산 전 주지의 사제인 김월서 스님(경주 분황사 조실)과 상좌인 이성타 스님(종회의원)간이 다투어온 불국사 주지 문제는 5월28일 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으로 성타 스님을 강력히 밀던 총무원 집행부와 월산 전 주지 측이 모두 퇴진하게 돼 월서 스님의 임명이 거의 굳혀졌다.
조계 종단의 종권 판도를 뒤바꾼 이성수 총무원장의 불신임으로 새로이 종권을 장악한 절대 중진스님들은 원래가 월서 스님을 밀었던 반월산파 및 인사위원회 위원들이다.
따라서 이번 총무원장 불신임의 불씨가 됐던 불국사 주지 후임문제는 월서 스님을 강력히 밀어온 정초우 새 총무원장을 비롯, 서의현·황진경·김능혜 스님이 종권 담당의 주역이 된 이상 종헌·종법 상의 요식 절차만 남았다는게 조계종단안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불국사 주지 문제는 불국사가 한국불교의 대표적 관광사찰이며 전국 사암중 연7억원의 최고 관람료 수입을 가진 「노른자위 사찰」이라는 점에서 10·27불교정화이후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아온 조계 종단의 최대 현안문제였다.
후임 주지 임명을 둘러싼 각축전은 조계종 최대 문벌인 「월」자문중의 거두로 74년 이후 불국사 주지를 맡아온 최월산 스님이 노령 및 불교계 정화 등과 관련, 지난 3월6일 주지 직 을 자진 사임하면서부터 정식 표면화됐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김혜정(법주사 조실), 박탄성(전 불교정화 중흥회의 상임 위원장), 김월서, 이성타 스님 사이에 불국사 주지를 노리는 끈질긴 이면 경쟁이 있어왔다.
끝내 종회의 총무원 집행부 불신임까지 몰아온 불국사 후임주지 임명의 지연과 혼선은 지난 3년 동안의 종단 내분 때부터 갈라진 「월」자 문중의 자체분열과 반목 때문이었다.
사찰의 문중화 과정에서 불국사는 「월」자 문중 사찰로 굳어졌지만 주지 후임은 월산파와 반 월산파로 갈라진 문중자체내의 반목이 촌보의 양보도 없이 경쟁을 에스컬레이트 시켜 나갔다.
이성수 총무원장의 집행부는 불국사주지 후임에 월산 전 주지가 추천한 성타 스님과 재야 측이 미는 월서 스님이 최종 경합되자 성타 스님만을 내신, 인사위원회(위원 5명)에 넘겨 인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찰 주지 임명 때 관례처럼 돼있는 「문중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총무원 집행부의 임명 인준절차가 진행되자 월서 스님을 미는 「월」자 문중 안의 반 월산파와 종회를 중심한 재야 측은 월산 스님이 주지를 세습화시키고 「수렴청정」하려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던 것.
마침 인사위원회는 이 같은 격렬한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불국사 후임 주지 임명을 심의하는 도중 성타 스님이 종법상의 본사주지 자격요건인 만40세에 4개월이나 미달된다는 사실을 발견, 인준동의를 거부했다.
총무원 측은 4월22일 거부된 성타 스님의 임명 인준동의를 다음날 다시 인사 위원회에 회부시켰으나 두차례 모두 거부당하고 말았다.
당시 총무원 측은 인사위가 자격미달을 들어 인준을 거부한 성타 스님을 재 추천하면서 ▲최월산 전 주지의 간곡한 요망 ▲같은 월자 문중인 두 사람을 복수 추천할 경우 문중의 혼란 우려 등을 감안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무원은 성타 스님의 주지임명 조건으로 ▲관람료 수입의 50%를 총무원 교화 사업비로 납부한다는 것과 ▲언제든지 필요할 경우 불국사를 총무원 직할 사찰화 한다는「약속」 을 받았으니 총무원의 재정확보를 위해서도 동의해 달라고 설득했다.
두 차례의 인사위원회 임명동의 거부로 난항을 거듭한 불국사 주지 문제는 총무원 측이 4월24일 성타 스님 대신 다른 스님을 내세웠으나 이번에는 인사위 측이 회의소집을 29일로 연기했었고 다시 석가탄일(5월11일)이후로 미루었다. 이 같은 인사위의 연기배경은 위원들이 대부분 월서 스님을 밀고 있다는 점과 막후의 복잡한 「요동」때문이었다.
제66회 임시 중앙 종회(5월28일)를 앞두고 위험수위까지 올랐던 불국사 주지 문제는 총무원 측이 결국 성타 스님을 완전 탈락시키고 월서 스님과 탄성 스님을 복수 천거해 6월4일 소집예정의 인사위 심의절차를 밟기로 했었다.
그러나 불국사 주지문제를 둘러싼 종단 안의 동요는 마침내 이성도 총무원장을 떠받치고있던 범어·통도 문중에까지 파급됐고 동화사(경배) 마곡사(충남) 등의 주지 문제와 그 동안의 총무원 인사문제, 불교계 정화과정에서의 「불명예」 등이 뒤섞여 서의현·황진경·서벽파·정초우·김능혜 스님 등의 총무원장 불신임 연합전선을 형성케 했다.
결국 종단 행정의 난맥과 무능을 힐책 당한 채 총무원장이 불신임으로 물려나게 된 불국사주지 후임은 한때 세 불리했던 월서 스님을 지지한 측이 종권을 장악하게 됨으로써 6월중으로 임명절차를 모두 끝내게 될 것 같다. <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