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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전 못한 남자농구, 월드컵서 '헛바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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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6년 만에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남자 대표팀이 2연패에 빠졌다.

 유재학(51·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달 31일 스페인 라스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D조 2차전에서 호주에 55-89로 졌다. 전날 열린 앙골라와 1차전에서 69-80으로 패했던 한국은 뼈아픈 연패를 당했다. 한국의 강점이었던 3점슛 성공률이 평균 24.5%(57개 중 14개)에 그칠 정도로 슈터들이 부진했고, 그동안 준비한 압박수비와 패턴 플레이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전반적으로 모든 게 안 됐다. 경기 감각을 잃어버린 게 큰 문제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표팀 최고참 문태종(39·LG)도 “우리가 마지막 실전경기를 치른 건 한 달 전이었다”며 같은 이유를 댔다.

 세계랭킹 31위인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3위를 차지하며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농구 월드컵에서 한국은 리투아니아(4위)·호주(9위)·슬로베니아(13위)·앙골라(15위)·멕시코(24위) 등 강호들을 상대로 국제 경쟁력을 시험해볼 계획이었다. 지난 7월에는 세계 19위 뉴질랜드와 5차례 평가전을 치러 2승3패로 선전해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꽤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정작 중요한 시기에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뉴질랜드전 이후 연습경기를 치른 건 프로농구 삼성과 한 차례뿐이었다. 전자랜드 등과의 연습경기는 상대 팀 사정으로 취소됐다. 대회 5일 전 스페인에 도착했지만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지 못해 자체경기를 치렀다.

 다른 나라들은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다졌다. 세계 최강 미국은 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공화국과 국내 평가전을 치른 뒤 라스팔마스에서 슬로베니아와 최종 평가전을 했다. 한국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경쟁할 필리핀은 프랑스에서 프랑스·호주·우크라이나와 맞붙었다. 필리핀은 스페인에 와서도 앙골라·이집트·도미니카공화국과 실전훈련을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연습경기를 하면 일부 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등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체경기를 하느라 대표팀 12명 전원이 매일 뛰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량이 떨어지는 한국이 조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한국은 라스팔마스에서 6일 동안 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마친 뒤 귀국해 곧바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선 농구 월드컵 참가가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라스팔마스=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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