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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회계사 보기 힘들어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회계법인이 본업인 기업감사보다는 세무ㆍ컨설팅 업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사들도 회계법인보다는 금융권 등 다른 분야 진출자가 늘어나고 있다. 회계감사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보수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 2013년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134개 회계법인이 제출한 2013년 4월1일∼2014년 3월31일 매출상황 등을 토대로 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은 주식가치평가, 경영자문과 같은 컨설팅 업무로 벌어들인 매출액이 830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회계감사와 세무 업무로는 각각 7513억원, 5611억원을 벌어들였다. 본업인 회계감사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2012년 38.1%, 2013년 36.1%에서 최근 35.1%로 감소 추세다. 반면 세무와 컨설팅 업무의 비중은 2012년 61.9%, 2013년 63.9%, 2014년 64.9%로 늘어나고 있다.

박희춘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은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했고,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인 회사 수가 증가하는 등 감사업무가 늘었지만 평균 감사 보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충분한 감사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데 제약이 있어 감사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정 외부감사 1사당 평균 보수는 2012년 3320만원에서, 2012년 3300만원, 최근 3230만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세무와 컨설팅은 감사 업무에 비해 위험 부담도 크지 않고, 성과급도 많다 보니 회계사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전체 공인회계사 중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이 아닌 일반기업ㆍ금융권ㆍ학계 등에 진출하는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2012년엔 35.4%가 다른 분야로 진출했지만 최근엔 이 비율이 37.5%로 늘었다. 회계·감사업계의 불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기업의 재무·공시 역량을 강화하는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인회계사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서울대 출신 회계사가 줄어드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최근 발표한 2014년도 제49회 공인회계사시험 최종합격자 88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37명으로 대학별 순위에서 8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43명이 합격해 7위였다. 2003년에 합격자 수가 148명이나 됐지만 2006년 이후 합격자 수가 두 자리 수가 됐고, 이후 감소 추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업계 불황상황을 반영한 일종의 ‘서울대 지수’라고 할 수 있다. 일은 힘든데 예전 만큼 돈을 벌기는 힘들어 회계사 대신 행정고시나 금융권 진출 등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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