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새 천국' 칠발도에 자생식물 군락 복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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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제비ㆍ바다쇠오리 등 바다새의 천국인 전남 신안군 칠발도가 옛 모습대로 복원된다. 환경부ㆍ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칠발도의 외래 식물을 없애고 자생식물을 옮겨심어 바다새 번식지를 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31일 밝혔다.

칠발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47㎞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인도다. 과거에는 유인 등대가 있어 사람들이 오갔지만 등대가 무인 시스템으로 바뀐 뒤 바다새들만 찾는 섬이 됐다. 공단에 따르면 바다제비 1만여 쌍, 바다쇠오리 3천여 쌍 등이 이 섬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 국제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매ㆍ칼새 등도 살고 있다. 이 때문에 1982년 천연기념물 제 332호로 지정됐고 2009년 신안 다도해생물권보전지역, 201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출입하던 시절 따라 들어온 쇠무릎 같은 외래 식물이 바다새의 생명을 위협해 왔다. 쇠무릎은 들녘이나 길가 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 마디가 소의 무릎뼈 같이 튀어나왔다고 해서 ‘쇠무릎’이란 이름이 붙었다. 9~10월께 열매가 익는데 모양이 갈고리 형태라 새 날개에 잘 엉겨 붙는다. 쇠무릎 근처에 둥지를 틀고 들고나는 바다제비는 날개에 종자가 달라붙으면 이를 털어내려 날갯짓을 계속 하다 탈진해 죽는다. 공단에 따르면 이렇게 죽는 바다제비가 연간 약 400여 마리에 달한다.

공단은 2011년부터 신안군 등과 함께 쇠무릎을 없애는 칠발도 복원사업을 해왔지만 섬 대부분의 지역이 급경사ㆍ절벽이라 작업에 애를 먹어왔다. 이에 지난 6월부터 칠발도 자생식물인 밀사초를 육지에서 키워 옮겨 심기 시작했다. 쇠무릎과 서식지 경쟁을 시켜 자연적으로 식생이 복원되도록 한 것이다.

밀사초는 바닷가 모래 위나 절벽,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공단은 이 풀이 칠발도의 토양유실을 막아주고 바다새들에게 둥지를 틀 곳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 소장은 “칠발도에 밀사초 군락지를 조성하여 바다새들의 안정적인 번식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단이 옮겨심은 밀사초는 총 1만6000개체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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