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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ICT 만나 ‘똑똑한 소비’ 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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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01면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3000여 명의 승객이 갇히고, 불 꺼진 응급실은 아비규환이 됐다. 교통신호등이 꺼지면서 차량 충돌이 잇따르고, 휴대전화·인터넷이 먹통이 됐다. 재난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4시간45분 동안 753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은 2011년 9월 15일, 대한민국의 대규모 정전 사고 당시 상황이다. 식량만큼 에너지가 소중한 21세기, 국내에서는 매년 두 번씩 전력난을 겪는다. 무더위와 한파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할 때마다 절전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는다. 전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 설비 건설은 지역주민·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리고, 소비 억제를 위한 절전 캠페인은 벽에 부닥친다.

에너지 신산업이 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에너지 산업 정책의 중심은 ICT 기반의 수요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수요를 시장 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줄이는 설비·소프트웨어 개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도 피크타임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른바 에너지 신산업의 등장 배경이다. 에너지 고효율 소비를 지향하는 지능형 스마트칩, 평상시 남는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용량 배터리 기술, 전력 사용량·요금·시간 등을 분석해 최적의 공급·소비 방법을 제시하는 전력 빅데이터,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수급 조절 정책은 날씨 예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날씨가 좋을 때 우산을 준비하는 것처럼. 공급자와 소비자는 ICT를 매개로 전력의 생산·운반·소비 과정에서 에너지 수급을 예측한다. 전력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공급자는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폐기되는 전력을 줄인다. 소비자는 요금이 비싼 피크타임을 피해 소비량을 조절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소비자가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는 전력 프로슈머로서의 길도 열린다. ‘돈 되는 소비’의 길이다.

ICT를 기반으로 한 수요관리 사업은 에너지 신산업의 블루오션이다. 에너지 과소비 국가인 대한민국은 연평균 에너지소비증가율이 2.8%나 된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0.09%)의 30배나 된다. 에너지를 수입하느라 연간 550조원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간다. 반면에 국내의 ICT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다. ICT발전지수(IDC)는 4년 연속 세계 1위(국제전기통신연합·ITU)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ICT 기반 수요관리를 잘 활용하면 에너지 절감률이 7.8%에 달해 2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까지 3조5000억원 이상의 에너지 신산업 시장규모가 형성되고 1만 50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업계에선 에너지 신산업의 ‘얼리 버드’들이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전력·석유 분야의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전자·통신, 2차전지, 소프트웨어 업체 등이 새로운 ‘황금의 샘’을 파고 있다.

▶관계기사 4, 5, 6, 7p

이민영·박정렬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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