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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투자비용 정부 지원 확대 정부·지자체 엇박자 규제 정비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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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06면

태양광 전지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신산업 창출 방안’에 대한 민간의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큰 방향에는 일단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인프라 부족 등 투자유발 요인이 미흡했다는 인식을 표출해 왔다. 배터리 자동교체형 전기버스 사업자인 비긴즈의 박준석 대표는 “현재는 정부가 주도해 기술 보급이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벽산파워 기획영업부 김정현 차장도 “정부의 방안을 보면 일단 탁상공론은 아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실현 가능성이 있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길게 보면 미래 에너지 트렌드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관련 업계 반응

하지만 업계에선 초기 투자비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어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것이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것이다. ESS와 EMS의 경우만 봐도 투자비 회수 기간이 10년 이상이다. 이를 절반 이하로 줄어야 한다는 것이 민간 기업의 입장이다.

홈플러스 에너지기술팀 정각훈 대리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 지원이 필요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10년 이상 걸리는 투자비 회수를 4년 이내로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쪽엔 자금지원이 더 절실하다. 박 대표는 “초기 투자비용을 상당 부분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라 쓸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이다.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초기 구축을 위한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결국 돈을 벌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제고와 초기 투자비 지원 요구는 결국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국내 에너지 가격, 특히 전력요금과 맞닿아 있다.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성공적으로 창출하느냐의 최대 관건은 자생력을 갖춘 사업 기반 조성이다. 민간자본 투자 활성화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다. 불필요한 규제나 정부·지자체 간의 상이한 정책들도 걸림돌이다.

보급형 고속전기차

업계, 정부 보조금 축소 요구
대표적인 사례가 LED 설치 보조금 제도다. 매년 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아파트단지에 보조금(최대 50%)을 지급해 LED 설치를 지원해 왔다. LED 보급·교체 확대를 위해서다. 이 보조금은 공동주택 LED 보급 시장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오히려 LED 교체 수요를 미루는 현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업계 쪽에선 정부 보조금의 축소를 원하고 있다.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최병인 회장은 “LED 통합서비스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LED 설치 보조금 제도”라며 “민간 자금이 LED 교체 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되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기 시설에 대한 정부·지자체 간의 다른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충전시설을 건축물로 봐야 할지, 시설물로 봐야 할지를 놓고 지자체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 인허가 과정에서 돈과 사람과 시간이 낭비되는 상황이다. 비긴즈 박준석 대표는 “만약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자체의 상이한 부분을 정리해 주면 가장 이상적이다. 규제완화 및 정비가 어느 한 부처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범부처적으로 신산업 도래를 위한 진흥책을 모색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와 사업 실패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보급형 고속전기차를 개발하는 아이티엔지니어링 박재건 부사장은 “정부가 너무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고 있고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이 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도 기존에 대부분 추진됐던 사업들이나 여러 이유로 부진하게 진행된 것들을 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 신산업의 경우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이나 인센티브에 의해 사업성이 좌우되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SK건설 건축기술팀 장재희 부장은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개략적인 청사진이 나온 상태인 만큼 앞으로 정부의 액션 플랜이 중요하다. 산업계 요구(니즈)를 면밀히 반영한 법·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 마련되길
중소기업의 경우엔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사업이 커질 때마다 대기업의 시장 장악이 되풀이돼 왔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원하고 있다. ESS용 배터리 전문기업 코캄의 홍인관 전력사업부 총괄이사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 때 중소기업을 육성·보호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캄은 세계 최초로 대용량 배터리를 개발한 회사다. 매출의 약 80%를 미국·독일·호주·뉴질랜드 등 해외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홍 이사는 “미국·독일 등은 중소·중견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가 많다. 해외에서 크게 성공했을 법한 국내 중소기업이 꽤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정량을 중소기업에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선지 산업통상자원부도 네가와트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벽산파워 김정현 차장은 “특화한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빛이디에스 정 대표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서로 상생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중소기업도 자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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