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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지금 꼭 올려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철도·우편·체신 등 공공요금이 또 오른다.
올리는 측으로 보면 충분한 이유가 있고 또 인상폭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막상 당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원망스럽다.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가계부 꾸려나가기가 어려운 판에 공공요금까지 오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어려울 때 공공요금을 꼭 올려야 하는지, 걸도·체신의 원가부담을 요금인상이란 지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또 철도·우편의 경영쇄신을 할 여지는 없는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문이 많다.
정부에선 이번 공공요금인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도매가 0.3%, 소비자가 0.21% 밖에 안 된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를 그대로 믿기가 주저된다.
공공요금 인상은 다른 물가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인상효과까지 합치면 이번 공공요금인상은 좀 수그러지려는 물가에 다시 한번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경계해야겠다.

<철도요금>
유가인상·환률 인상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경산열차사고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전격적으로 인상돼 국민들이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철도운임은 그 자체의 인상 부담도 문제지만 다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당국은 이 파급효과가 ▲여객운임은 0.01% ▲화물운임 0.1%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국민이 받아들이는 체감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인상에서 제외된 고속버스·시내 및 시외버스·택시·화물트릭 등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여 철도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교통요금인상의 신호탄이라 보여진다.
철도요금은 작년 1월 10일 여객 20%(이하평균), 화물 20%, 8월15일 여객20%, 화물 5% 등 두 차례에 걸쳐 올랐으며 9개월 여만에 또 다시 인상됐다.
철도청은 올해 예산편성 때 4월1일을 기해 여객 15%, 화물 20% 인상계획을 세웠으나 인상시기가 2개월 늦어져 1백10억 원의 결손이 생겼으며 4.19 유가인상조치로 90억 원의 추가부담이 늘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시기이지만 더 이상 인상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인상을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금인상이 곧 수입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철도요금인상으로 서울∼부산새마을호(보통)는 1만2천4백 원인데 비해 고속버스는 4천9백80원, 서울∼광주는 1만3백원인데 비해 고속버스는 3천7백20원으로 승객이 고속버스 쪽으로 몰려 결과적으로 수입이 줄어 들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호남선의 새마을호는 20%를 할인해주는「탄력운임제」를 실시하는 등 구차스러운 운행을 하는 판에 요금격차가 3배 이상 커졌다.
만성적인 적자운행을 요금인상이란 안이한 방법으로 치유하려는 구태의연한 체제에서 과감히 탈피, 낭비요소를 스스로 제거해나가는 경영자세가 시급해 졌다.

<체신요금>
작년 l월10일에 오른 지 l년 6개월만에 또다시 오른 체신요금은 그 인상폭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상당히 높아져 이용자의 부담도 그만큼 가중되게됐다. 우편요금인상은 해마다 누적되는 우정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이나 전화요금인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전화증설 등 투자재원을 경영합리화 등에 앞서 기존가입자에게 떠맡기는 안이한 방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편요금은 작년 1월 올랐지만 그대로 둔다면 우정적자가 올해 3백51억 원, 내년에 5백13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재 편지를 1통 부치는데 드는 단가는 인건비를 포함해 55원 정도로 봉서를 30원에서 40원으로 올려도 15원이 적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2천4백73억4천1백 만원의 수입을 낸 전화사업은 이번 인상폭이 정부의 물가억제선인 15%선으로 예상됐지만 25%안팎으로 올랐다. 체신부당국자는 만성적인 전화적체현상(현재 전국에 64만 여대)을 완화하고 시설 현대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전화가 늘어나고 시절이 현대화되면 그만큼 기존가입자에 대한서비스도 향상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부담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전화도수료의 경우 현행요금에서 3원을 올리면 연간 9백억 원 정도의 재원이 확보돼 올해 전화시설 투자비 9천 억 원의 10%에 해당되며 이 돈으로 8만 여대의 전화를 증설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의 체신요금 인상으로 인한 기존 가입자의 부담증가분도 결국가입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보다는 신규가입자를 위한 투자로밖에 볼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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