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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3등 항해사 박한결 믿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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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할 때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탈출한 이준석(69) 선장이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것에 대해 "3등 항해사 박한결(25·여)을 믿었다"고 강조했다. 사고 직후 부적절한 조치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거나 부하 선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선장은 29일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김한식(71) 대표 등 청해진해운과 우련통운 관계자 등 11명에 대한 공판에서 "3등 항해사가 충분히 운항을 잘 할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후 이 선장이 법정에서 입을 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선장은 "맹골수도에서는 선장이 조타실에서 지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변호인 질문에 "재선의 의무가 있는 선장이 마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난 지점이 폭 11~12㎞인 넓은 지역인 데다 기상도 좋고 조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보식(47) 선장이 경력 1년이 넘은 박한결을 2등 항해사로 진급시켜도 되겠다고 해서 잘할 줄 알았다"고도 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참사 원인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식으로 증언하거나 다른 승무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선장은 "왜 사고 당시 조타실 내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나"는 물음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판단할 능력이 안됐다"고 답했다.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화물 과적이나 평형수 등과 관련한 질문에는 "모두 1등 항해사의 업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고박이나 화물 적재 등은 1등 항해사 업무여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화물은 1등 항해사로부터 '다 잘됐다'는 보고만 받고 출항을 했다"며 과적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했다. 출항전 안전보고서를 3등 항해사가 엉터리로 작성한 뒤 서명을 대신한 것에 대해서는 "관행이었다"고 둘러댔다. 세월호 비상훈련 등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는 후배인 신 선장을 내세웠다. 그는 "난 나이가 많고 촉탁직이어서 교대선장 역할을 했다"며 "신씨가 정식 선장"이라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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