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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4 학제개편…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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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규호문교부장관의· 국회발언으로 학계에선 또다시 학자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해방후 정부수립직후 미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아 마련된 현행 6 3 3 4제는 30여년간 그대로 지속돼 오면서 엄청난 사회변화를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여러차례 개편이 시도됐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행학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바람직한 개편방향은 어떤것인지 이미 학계에서 일부 제시되고 있는 시안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학제의 변천>
근대적 학교제도가 한말에 도입돼 일제와 미군정을 거쳐 6 3 3 4제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변천을 거듭했다.
갑오경장(1894년)은 학교제도에 근본적인 개혁을 가져와 한성사범학교등 각종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나 수업연한에 통일된 규정을 갖지 못했다. 일제는 1911년 「조선교육령」을 공포, 보통학교 3∼4년, 고등보통학교 4년, 실업학교 2∼3년, 전문학교 3∼4년의 학제를 만들어 시민교육을 시작했다.
독립국가로서 본격적 근대교육을 시작한 것은 해방후의 일.미군정하에서 발족한 교육심의회는 6-3-3 4제와 6-6-4제의 병용학제를 채택, 46년 부터 시행했다. 이때 중등교육을 3-3 또는 6년으로 통합한 것은 농촌에서 초급중학 또는 고급중학을 단절 할수 있도록하기 위한 배려였다.
48년 정부수립과 함께 49년 교육법이 제정되고 학제는 6-4-3-4와 6-4-2-4제로 됐다가 50년에 6-4-3-4제로 변경됐으나 시행해 보지도 못한채 51년 교육법 개정으로 수정되어 6-3-3-4제의 기간학제가 수립됐다.
해방후 교육개혁 문제가 거론될때마다 학제 개편문제가 거론됐지만 5·16후 특히 활발했다. 6-3-3-4제가 한국사회에 적합한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체계적 연구에 바탕을 둔 대안이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충분한 여론추도를 못한채 좌절되고, 61년에 사범학교를 교육대학으로 개편, 종래 2년제 사범대를 폐지한데 이어 63년에는 중학교 3년졸업후 입학할수 있는 실업고등 전문학교를 설치하면서 6-3-3-4i제의 기간은 그대로 둔채 부분적인 손질만 가해졌다.
64년들어 정부는 교육제도 심의회 규정을 제정, 다시 개편논의를 시작했으나 6 5 5제와 6 3 3 4제를 그대로 두고 중·고교를 통합할 수있도록 하자는 안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얻지못한채 무산됐다.

<개혁의 필요성>
증대되는 교육인구 산업구조의 고도화, 지식의 급격한 팽창, 다양한 사회교육기관의 출현, 조기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등은 어떤 측면에서든 학제자체를 뒤gms들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현행학제는 여러 형태의 사회교육기관과의 유기적 연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령 방송통신교육, 직장의 현직교육, 노동청의 기술훈련, 사회단체의 교육프로그램등과 조화가 되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학제가 형식적 정규교육 위주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모 고교나 대학에서 전학이나 전과가 거의 물가능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문고와 실업고의 교류는 극히 어렵다.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점차로 발달하는 적성에 따라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정도의 융통성이 현행 학제에는 없다는 분석이다.
초·중·고교에서 각 단계에 맞는 진로지도가 없는데다 직업준비 교육체제가 돼있지 않은 상태여서 진학을 하지않은 중학과 인문고 졸업자는 탈락자가 되고 만다.
또 현행학제는 조기교육을 위한 유치원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초등교육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않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심각한 점은 현행학제가 대학까지 16년의 교육연한을 요구하고있어 병역의무 3년을 마칠 경우가장 지적활동이 왕성한 20대초반에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 사회활동을 못하도록 돼있다는 점이다. 이바람에 외국의 경우 23, 24세에 대학을 나와 3, 4년이되면 사회각 분야의 중견인으로 성장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무렵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돼 국제 경쟁력에서도 뒤지는 결과를 빚고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6-3-3제를 기간으로 8-4-4제, 6-6-4제, 5-3-4-4제가 혼용된 복선형이다. 8-4-4제는 1850년쯤부터 시작된 가장 오랜 제도. 그런데 초등교육 8년은 아동기와 청년전기가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불합리 때문에 1910년쯤부터 초등교육을 6년으로 하는 6-3-3제가 등장, 오늘날 기간학제가 되고 있다.
6-6-4제는 중·고교 분리 운영이 곤란한 농촌에서, 5-3-4제는 기간학제에 대한 비판으로 뉴욕주등 일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학제응 운영하면서 학교간 이동과 접속능 완전히 자유롭도록 돼있다.
◇영국=기간학제 2-4-7제. 초·중등 과정의 4-7(5∼16세)기간은 의무교육이다. 3∼5세까지를 공교육제도에 포함시켜 2년간의 유아교육으로부터 학제가 시작되는 점이 특이하다. 사세에 대학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수 있다.
◇서독=4-9-4제가 기간. 초등교육을 마친 뒤 9년제 김나지엄 (인문고교과정)으로 진학하거나 6넌제 실업학교 또는 5년제 기술학교로 분류되는 진로지도의 치밀한 장치가 있다. 9년제 김나지움에 진학했더라도 2년간의 시험단계를 통과해야 7년간 공부를 더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6년제 실업학교나 5년제 기술학교에서도 2년간의 오리엔테이션과 관찰촉진 단계를 거쳐 취업기회를 갖거나 다시 대학 진학길을 뚫게된다. 9년간 의무교육.
◇프랑스=5-4-3제와 함께 5-4-2제가 병용된다. 서독과 마찬가지로 진로지도가 철저하다.
중학에 해당하는 4년을 전· 후 2년으로 나눠 후기2년간은 학력별 반편성을 한다. 고교에 해당하는 3년은 3년과정 이수자와 2년과정 이수자로 구분, 3년과정은 바칼로리아 (대학입학자격고사)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수 있지만 성적이 나빠 2년과정에 분류되면 직업기술제로 진출한다.
◇덴마크=7-2-3-6제. 그러나 국민학교 과정 7년동안 외국어 3과목과 수학을 이수하지 못할때는 3년의 직업과정을 거쳐 취업을 하게되며, 이수했을 경우 2년제 중등과정에서 다시 김나지엄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다 .의무교육 10년.
◇일본=6-3-3-4제. 기본구조는 한국과 같다. 중학졸업후 취업을 위한 5년제 기술대학이 설치돼있다. 의무교육 9년.
◇소련=10-4제가 기간학제로 8-4-4제도 있다. 10-4제는 중등보통교육학교 10년 과정을 거쳐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모형. 8-4제 각종 직업기술 인력양성을 위한 8년제의 불완전 중학교를 졸업한 뒤 능력에 따라 전문학교 4년을 거쳐 대학에 진학할수도 있는 라인이다. 의무교육은 8년.
◇중공=6-3-3-4제. 고교과정에서 보통과정· 사범과정· 직업과정이 분류된다. 야간제가 제도화돼 있다.

<몇가지 방안>
지금까지 학계에서 거론되온 개편의 배경은 평생교육체제까지를 고려한 교육의 계속성과 각 교육단계의 상호보완섬, 그리고 교육단위간의 융통성과 교육조건개선, 교육의 생산성내지 효과의 극대화에 역정을 두고있다고 이들 학제시안을 보면, 대학까지의 교육기간 16년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과 1∼2년을 단축시키는 안으로 나눠 대략 3가지 유형으로 제시되고있다.
◇4-4-4제=국민학교 4년, 중학교 4년, 고교·대학 각 4년씩이다. 유치원은 올해부터 일부 실시되고있는 것처럼 독립 유치원과 국민학교 부실 유치반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안은 또 도시에서는 학교의 과대현상을 막기위해 초·중등을 각4년으로 분리시키되 농촌지역에서는 초·중등 통합 8-4--4제를 병용할수 있도록 돼있다.
인문고교를 4년제로 연장, 고교2학년때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치르게해 합격자는 대학진학 준비 교육을 시키고 탈락자는 실업고 전학이 가능토록하며, 실업고 재학생도 자격시험길을 더 합격자는 인문고 전학을 허용한다는것.
또 전문대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교육의 내실을 .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안을 제시하는 학자는 이학제가 실시될 경우 ▲국민학교 교실난을 대폭 완화, 학급당 학생수를 천명이상줄일수 있고▲농촌의 8년제 초·중등 통합으로 중학교 의무교육 절차가 훨씬 쉬워지며 ▲도시지역의 과대학교와 농촌지역의 영세학교를 동시에 해결하고 ▲인문고교 정원제한과 2학년때 자격시험을 통해 직업준비없이 사회에 나가는 청소년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고 설명했다.
◇5·3-3-4제 또는 5-5-4제=이는 교육받은 고급인력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기간을 1∼2년 단축하자는 것이다. TV등 사회의 교육적 기능이 증대되면서 국민학교 6년과정을 5년에 충분히 해낼 수 있고, 중등과정의 통합으로 교육재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안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경우 과밀과 2부제가 크게 완화되고 연재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치면 뜨세이라야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대학졸업자의 활동연령을 23∼24세로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실 우리와 같이 6-3-3-4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병역의무가 없기때문에 20대에 박사가 나오고 사업의욕이 충만할때 국제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병역을 마친후 적응기간으로 2년정도가 더 걸려 지적활동이 가장 활발한 청년기 활동이 그들보다 5년정도 뒤지고있다.
◇9-3-4제=이안은 기초교육의 충실과 앞으로의 의무교육 연한연장을 고려한 것이다. 부분의 국가에서 학제의 전체기간은 16년으로 잡고있기때문에 그대로 두되 기초교육을 충실히 함으로써 급격히 팽창하는 지식의 양을 소학하고 응용할 수 있는 기반교육을 초등교육 단계에서 시키자는 주장이다.

<장점과 단점>
아직은 모색단계에 지나지 않아 어느 하나도 현실적 검증을 거친 구체안은 아니다. 4-4-4-4제의 경우는 국민학교의 교실난이 크게 완화되는데 비해 대도시 중학의 과밀이 다시 사회문제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 고교과정에서의 진로지도를 얼마만큼 강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이 안의 성패의 열쇠가 될것으로 보인다.
8-4-4제로 묶는 경우는 미국의 초기 8-4i제가 아동기와 청소년 초기의 혼합교육이 어려워 6-3-3-4제로 발전한 경험에 비추어 8년제 초·중등 통합이 학교에서 학생지도를 상당히 어렵게 할것은 짐작으로도 알수있다.
그런 점에서는 5-5-4제의 청소년 전후기 통합 중등교육이나 9-3-4제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있다.
어쨌든 문교부는 현재 조기교육의 공교육화와 평생교육 체제와의 연결을 전제하면서 교육받은 인력의 활동 연령인하와 과밀교육 여건해소까지 노리는 다목적 학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지만 학제에 관한한 시행착오가 용납될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타당도와 적합성, 그 성과 등은 오랜기간 검증을 거쳐 실시에 옮겨야 할것으로 보인다. 학제는 전국민의 생활전반에 형향을 미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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