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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GDP 1% 해당 19조원 민간 투자금 증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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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노년층이 주 수혜자인 연금산업의 붕괴는 투자시장 점유율 80%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 투자자의 붕괴를 의미한다. [카로 포토 에이전시]

지난 8월 6일 세르게이 벨랴코프 러시아연방 경제발전부 차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로 인해 파면됐다. 러시아 정부 홈페이지의 공지에 따르면 그 이유는 ‘공무원법 위반’이다. 불행한 운명을 가져온 게시물은 정부의 연금적립금 동결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차관은 “이 결정이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저지른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국민 모두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블로그에 올린 지 하루 만에 그는 ‘러시아연방 국가일반공무원에 관한 연방법률’(2004.7.27 제정, 제79호) 제17조 1항 10호에 따라 직위해제된 것이다.

정부의 연금적립금 동결 결정은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이 연금보험 공제액의 일부를 투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연금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동결됐기 때문이다. 2013년에 적립된 약 5500억 루블(약 15조5000억원)은 이미 동결됐으며, 정부는 비슷한 방법으로 2014년 적립액 7000억 루블(약 19조7000억원)을 추가로 동결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 대기업들이 투자금을 잃을 것이며, 은행은 대출이자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2003년부터 러시아 연금은 국민이 자신이 받게 될 연금 액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새 시스템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 러시아 국민에게 연금공제액의 일부를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고용주는 급여의 22%를 연금기금으로 공제한다. 이 중 16%가 연금의 보험 부분과 현재 지급되는 연금으로 쓰인다. 6%는 투자금으로 쓸 수 있는 적립 부분으로 나간다.

 그런데 바로 이 적립 부분을 동결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동결 결정을 발의한 노동부는 ‘2014, 2015년 적립 부분은 지급액으로 쓰인다. 즉 고용주의 납입금 형태로 연금기금에 모이는 모든 돈이 현 퇴직자의 연금 지급에 쓰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알로르’ 그룹의 이코노미스트 세르게이 헤스타노프에 따르면 연금 기금 적자는 인구 감소로 인해 일어난다. 국민이 고령화되고 있어 20~30년 전 퇴직자 1인당 근로자 6인이 할당됐다면, 이제는 근로자 2인 이하가 할당되기 때문에 연금납입액으로 현 지급액을 충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연금 적립 부분 지불 정지는 이 때문에 나와서 2013년 하반기에 처음 도입됐다. 그 결과 5500억 루블이 민간기금과 대외경제은행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은행과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5500억 루블의 부재를 체감했다”고 ‘팔라다 에셋 매니지먼트’ 자산운용사 부대표 알렉산드르 바라노프는 말한다. 자금의 ‘가격’이 올라 국내 재대출이 비싸진 것이다. 그 결과 루블이 평가절하됐고, 환율이 급격히 올랐다. 국민들도 악영향을 체감했다. 개인대출 이자율이 평균 2% 올라 이제 최소 이자율이 10%가 됐다. 바라노프 부대표는 올해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연금 적립 부분 지불정지를 연장하려고 한다. 이 경우 2014년 적립분이 동결될 것이다. 즉 금융시장에서 6500억~7000억 루블 규모의 투자금이 사라지게 된다. 러시아 GDP의 약 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2015년 은행과 기업, 러시아 재무부와 연방주체가 갖고 있는 대출 및 재대출 이자가 오를 것이다. 현재는 추가로 내야 할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지만, 빠져나간 돈의 크기와 비슷할 것이다. 즉 빠져나간 7000억 루블이 추가금이 될 것이며, 심지어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알렉산드르 바라노프 부회장은 예상했다.

 연금 개혁에 앞장섰던 미하일 드미트리예프는 “한 해의 연금적립금 동결은 현직 근로자들이 미래에 받게 될 연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들은 원래 받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적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 번의 지불 정지에 그칠 생각이 아니다. 연금 적립 부분 완전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바라바노프 부회장은 “연금산업을 죽이는 것은 투자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투자자를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이 폐지되면 민간연금기금이 이미 매입했던 모든 채권과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 “민간연금기금이 축적한 자산을 다시 매입하는 것은 중앙은행만 가능할 것인데, 이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우리를 위협한다”고 바라바노프 부회장은 평가했다.

 연금 적립 부분 동결은 다른 국가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헝가리는 2011년 적립 시스템을 폐지했으며, 2010~2011년에 에스토니아는 적립금을 쌓지 않았고, 슬로바키아는 적립금 비율을 9%에서 4%로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적립 연금을 형성하는 자발적 적립 프로그램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지불정지’의 발의자 중 하나인 노동부는 본지의 질문에 “지불정지 결정에 국제적 경험이 고려됐다. 또 민간연금기금이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투자 수익이 평균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그리고 앞으로 적립 부분을 자율적인 성격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리야 카르나우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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