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처녀, 한국 미감아와 화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벽안의 이국처녀와 한국의 미감아가 9일 상오 11시 전북 남원군 남원읍 신지리 나환자촌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신랑은 20년간 뼈저린 소외감 속에서 살아온 미감아 최영만군(23). 신부는 79년 남다른 이상을 품고 태평양을 건너 이곳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왔다가 나환자촌에 정착. 이들의 다정한 친구로 봉사해온 미국인처녀 「주리에·그레이스·스트롱」양(27).
4년 연상인 「스트롱」양이 최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은 한국에 온지 4개월 째인 79년 7월 이곳 나환자촌에 정착하면서부터.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평화봉사단에 지원하여 한국에 온 「스트롱」양은 35가구 1백45명의 나환자촌주민의 다정한 스승이자 친구이며 의사가 돼 소외감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위로하며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펴 왔다. 이때 「스트롱」양은 최군이 남다른 향학열에 불타있으면서도 가정형편이 어렵고 미감아라는 사실 때문에 고교진학을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스트롱」양은 미국에서 어머니가 보내준 용돈과 자기 돈을 들여 최군을 광주동양학원에 입학시켜 고교과정을 이수케 했다. 또 자신이 매월 영어교사가 돼 최군의 어학실력을 쌓아 최군이 희망하는 목사에의 꿈을 키워나갔다.
『결혼식을 끝낸 후 같이 미국에 들어가 남편과 함께 신학공부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아직 서투른 한국말로 부부목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스트롱」양은 『2년 동안 이곳에 정착, 나환자들과 생활해 오면서 느낀 가장 가슴아픈 일은 일반 사회인들과 환자들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었다』면서 나환자와 미감아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