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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 않고는 GE도 설 땅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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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라디오에서부터 비행기 엔진과 원자로 생산까지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제너럴·일렉트릭」(GE)이 적자생존의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기술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말단 기술자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들에게까지 최신의 기술동향과 장차 개발방향 운영 등에 관해 2∼3년 동안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이 이미 시작되었다.
회사측은 『행동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임직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다. 「오하이오」에 있는 비행기엔진공장의 경우 1천2백여명의 기술자들이 집단으로 기술교육을 받고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이렇게 말한다. 『기술교육을 받아라. 그렇지 앉으면 당신은 직장을 잃을 것이다』
한국의 원자력발전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무진장 애써왔던 이 회사는 미국의 반핵운동 때문에 계속 기반을 잡지 못하자 머지 않아 원자력사업에서 손을 뗄 움직임이다.
그 대신 금속 대용품으로 쓰이는「플라스틱」, 새로운 금속합금, 컴퓨터를 이용한 기계디자인과 생산에 관한 일괄공정,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축전지, 의료용 진단기, 셀률로스의 알코올전환 등 새로운 산업분야의 대대적인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작년에 가전제품과 터빈 등의 판매액 2백50억달러 가운데서 순수익으로 거두어들인 것은 15억달러로 재무구조도 단단한 것이 이 회사의 장점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기술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비는 보잘 것 없었고 그 영향은 제품의 품질에까지 미쳤다.
「제너럴·일렉트릭」이 만든 식기세척기의 품질이 나빠지자 소비자들이 GE상표가 붙은 가전제품을 모두 팽개쳐 버린 사태까지 일어났다.
비행기엔진부문에서는 지금까지 A-300형 에어버스의 엔진납품 등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최근에는 757형에 맞는 에너지절약형 엔진을 만들지 못해 톨즈로이스에 거래선을 뺏겼다.
델터와 아메리카항공사와의 엔진납품계약에서도 실패했다.
가전제품 판매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얼마 전까지는 일본이 미국제품을 모방 생산하는데 그쳤으나 이제는 미국 곳곳에 공장을 세워「제너럴·일렉트릭」을 위협하고 있다.
점차 기울어져가는 사운을 바로잡기 위해 2∼3년 전부터 계속돼온 기술개발투자는 최근 화공기술자 출신의「웰치」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그는 지난30년 동안 기술과 시장을 서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던 인물이다.
『기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재의 사업과 장래를 조명한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소리를「디지털」신호로 바꾸는 제품생산 등 장래 첨단산업의 요람이 될 공장도 곧 세울 예정이다. 「웰치」 회장은『나의 가장 큰 도전은 정당한 도박에 돈을 쏟아 넣는 것이다. 결코 아무 데나 돈을 뿌리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자분야에서는 일본의 경쟁회사들을 추월해서 최근의 기술영역을 점령한다는 것이 당면목표다. 극소전자연구에 이미 5천5백만 달러가 투입되었으며, 앞으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자기구는「제너럴·일렉트릭」제품이 유일하게 선택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본의 제품은 각 부품을 표준화해서 싼값으로 생산하는 방식이지만 「제너럴· 일렉트릭」은 수치제어 방식으로 제품의 디자인·생산을 일괄공정으로 처리, 짧은 시간에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값은 이보다 훨씬 더 싸게 먹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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