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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푸른 신호가 너무 짧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 횡단보도의 푸른 신호가 지나치게 짧아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특히 어린이 등 노약자들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다. 서울의 경우 7백58개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기는 행인의 보행속도를 초속 1.2m으로 계산해 푸른 신호 시간을 조절하고 있으나 노폭이 넓은 영동대로 등 일부지역에는 초속 1.2m으로 걸어도 도저히 제시간 안에 건널 수 없는 횡단보도가 많아 피해자는 물론 바뀐 신호에 따라 달리던 차량의 운전사까지 교통사고의 사각지대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초속 1.2m 문제」에 대해서 『노약자나 어린이, 지체부자유자는 물론 도심지에서는 보통사람도 그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없다』고 지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2m씩 걸어도…>
서울 영동교 남쪽 끝에서 남부순환도로와 이어지는 영동대로는 차선의 폭이 51m나 되지만 이 길을 가로지르는 5개 횡단보도의 푸른 신호시간은 불과 35초. 초속 1.2m의 속도로 걷는다해도 42m밖에 건널 수 없어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이다.
지난 15일 하오 7시10분쯤 안정희씨(26·여·서울 삼성동 l59)는 이 곳의 푸른 신호가 짧은 것을 알고 푸른 신호가 켜지기 직전 좌우를 살피며 차도에 내려서서 2∼3m쯤 갔을 때 푸른 신호가 켜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안씨가 중앙분리대를 지나 맞은편 인도를 6m쯤 남겨 뒀을 때 신호가 바뀌었고 곧 안씨는 달려오던 서울1바5646호 한시택시(운전사 이광호·29)에 치여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택시운전사 이씨는 경찰에서 『사고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신호가 빨간 등이었으나 횡단보도가 가까워졌을 때 신호가 푸른 등으로 바뀌어 그대로 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노폭과 푸른 신호 시간이 이곳과 같은 경기고교 옆 횡단보도에서도 같은 상황의 교통사고가 잇달아 이 달 들어서만도 ▲지난 14일 하오 11시35분쯤 전승원씨(26·서울 용두동39)가 버스에 치였고 ▲지난 8일 낮에도 안국세씨(56·서울 자양동553)가 뺑소니 오토바이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서대문 네거리 남쪽 횡단보도의 경우 차선 폭 28m에 푸른 신호 시간이 20초라 초속 1.2m으로 걷는다해도 4초가 모자란다.

<전문가들의 견해>
▲박동언 박사(교통 전문가)=초속 1.2m 방식은 일본에서 도입됐지만 일본도 인파로 붐비는 도심지에서는 보행속도를 0.3∼0.6m으로 적용해 어린이·노약자·지체부자유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동대로의 경우 지하도를 만들어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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