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구경하는 영어' 벗어나야 실력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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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통합영어 프로젝트 대표이사

제2의 국어가 되다시피 한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초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16년간 영어를 배우려고 많은 시간과 돈을 과외·학원·어학연수에 쏟아붓는다. 그래도 영어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외국인을 만나면 입이 얼어붙고, 영어 문장 하나 자신 있게 쓰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나라 영어교육 환경은 표현 중심의 능동적 학습보다는 언어적 지식을 강조하는 수동적 학습이 아직도 주를 이루고 있다. 학교나 학원의 수업 모습을 들여다보자. 학생들은 입을 꽉 다문 채 칠판과 교재를 번갈아 쳐다보며 선생님의 설명만 듣고 있다. 영어로 문장을 쓰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적어주는 단편적인 몇 가지 지식만을 옮겨적고 있을 뿐이다. 완전히 ‘구경하는 영어’를 하고 있다. 100년을 이렇게 한들,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쓸 수 있겠는가?

 우리가 영어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뭘까?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쓰기 위해?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원어로 즐기기 위해? 부끄럽지만 전혀 아니다. 내신성적이 중요해, 수능 등급을 잘 받기 위해, 취업이나 승진을 위한 스펙이 필요해서일 뿐이다. 쓰고 말하는 것은 나중에 걱정할 일이다. 당장은 시험점수가 급하다. 그러니 표현 능력보다 언어적 지식 습득이 더 중요하고 문제 푸는 기술이 더 필요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시험영어 대부분이 구경하는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가 우리에게 노출되는 시간은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받는 두세 시간, 그것도 일주일에 2~3일 정도다. 이렇게 제한된 시간 안에 우리는 영어를 훈련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영어를 정복하려면 모국어를 배울 때보다 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우리에게 뚜렷한 전략이 있는가? 시중의 수많은 영어 교재와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방법을 찾아주고 있는가? 슬프게도 우리 대부분은 구경하는 영어와 시험영어의 환경 속에서 이르지 못할 영어의 종착역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나마 효율적인 학습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영역별 학습이다. 문법·독해·듣기·쓰기·말하기 학습이 따로 진행된다. 교재와 선생님도 영역별로 나뉜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이 이상적일까? 겉으로는 전문화된 것처럼 여겨져 좋아 보일지라도 실제론 매우 비효율적이다. 영역별로 연계시켜 상승효과를 거두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공부해도 영어가 되지 않는 이유, 즉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봤다. 해법은 구경하는 영어가 아닌 ‘영어 속으로 들어가 진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어 공부에 10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김준호 통합영어 프로젝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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