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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소곡물 금수해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이건」 미국행정부가 24일부터 대소곡물금수조치를 기면 해제키로 한 것은 세계곡물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카터」 전항정부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에 대한 대항책으로 작년1월4일부터 대소곡물금수를 단행하여 2년째 계속 흉작을 면치 못하고있는 소련에 경제적인 타격을 가했던 것이다.
미국의 대소 경제제재책의 일환으로 취해진 곡물금수는 때마침 세계적인 농작물흉작과 겹쳐 식량무기화의 위험까지 불러일으켰고 한때「시카고」곡물시장의 거래가격을 올려놓기도 했었다.
그러한 금수조치가 1년여만에 다시 해제된 것은 그동안 미국의 내외여건이 변화했다는데 기인한다.
당초 금수조치에 발을 디딜 때만해도 미국내의 생산자들이 강력한 반발을 했다시피 미국농산물생산업자들은 농산물무역에 장벽을 쌓는데는 전통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레이건」대통령은 이러한 미국농업종사자의 여론을 참작하고 또 소련에의 타격이 반감된 것을 인정하여 금수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금수해제의 배경은 더 찾을 수 있다.
소련은 사료용을 비롯한 소요곡물과 육류의 수입선을 중남미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어느정도 식량난을 해결해냈다.
또 세계의 동계 곡물생산이 평년작이상으로 수확될 전망이어서 세계곡물수급사정도 완화되고 있으며 그것은 최근의 곡물가격의 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수의 직접적인 촉매제가 되었던「아프가니스탄」사태도 장기화하고「폴란드」에 대한 직접 군사개입의 가능성도 이제는 고비를 넘긴 듯한 형세가 되고있다.
이처럼 국제정치·경제적인 요인들이 변화함에 따라 대소곡물금수도 실효성이 엷어진게 사실이다.
물론「폴란드」사태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금수해제의 내용이 변질되거나 변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세계곡물 무역이 원상으로 되돌아간다고 전망할 수 있다.
그렇게되면 앞으로 세계곡물수급사정은 다시 긴박해지고 따라서 가격동향도 상승세로 반전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소련은 80년중 곡물흉작으로 무역적자를 1백60억달러나 내고 있을만큼 세계곡물시장에서의 대량구입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련의 사료곡물은 연간 2억3천만t 수요에 생산은 80년중 1억8천1백만t으로 4백90만t이 부족한 형편이다.
소련의 농업부진은 기후조건에도 원인이 있으나 그 보다는 비료생산이 모자라고 또 집단농업으로 인한 농업생산생의 저하가 두드러지고 있는데서 온다.
예컨대 미·소의 농업을 비교하면 GNP의 농업비중은 미국이 2.7%, 소련은 15.9%이나 농업취업자 1인당 부양인구는 52명대 7.7명, 트랙더 1대당 경지면적은 34.7㏊대93.5㏊로 소련의 생산성이 크게 뒤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은 전세계곡물수출셰어의 59.5%(80∼81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소련은 수입셰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국가로서는 소련·일본·중공의 순으로 세계최대 식량수입국이며 80∼81년중에만도 2천7백50만t을 들여가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소련이 곡물금수해제로 본격적인 식량수인에 나선다면 세계곡물가격동향은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우기 소련은 지난 1년간 금수로 입었던 손해를 어떻게해서든지 보분하려고 나설 것이 틀림없다.
세계식량수입 시장에서의 셰어가 1%정도인 우리로서는 이미 작년 미곡흉작을 메울 수 있는 쌀을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위험을 느낄 필요가 없는지 모른다.
다만 거의 전량을 수인에 의존하고 있는 소맥·대두·사료곡물의 국내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소금수해제에서 오는 세계곡물시장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분석해야한다.
식량문제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국내의 농업기반확충과 함께 국제정세추이에도 무관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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