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근로자·농민의 생활|빵에서 석탄까지 모두가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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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폴란드」사태는 파업금지기간인 앞으로 2개월 동안이 중대 고비라는 분식이다. 정부가 이 기간 중에 파국상태에 이른 경제를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묘안용 과연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노조·자영농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사회안정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폴란드」의 행방은 바로 오는 2개월 동안의 정부처방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본「아사히」(조일)신문이 도시근로자 및 농민들의 생활현황과 그들이 바라는「조국에 대한 희망」을 현지취재·보도한 내용을 간추려 본다.

<도시>
「비스니에프스키」씨(46)는「바르샤바」교외에 있는 한 트랙터 공장의 연마공. 부인은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장남은 아버지와 같은 공장에서 각각 일하고 있다. 차남만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전형적인 4인 가족의 노동자 가족이다. 「비스니에프스키」씨의 월수입은 9천 즐로티(약18만원). 부인이 한달에 4천 즐로티, 장남이 3천5백「즐로티」를 각각 벌고 있어 한달 총수입은 1만6천5백 즐로티에 이르고 있다. 이 지역 샐러리맨의 가구당 월 평균 수입 1만2천∼1만3천 즐로티를 약간 상회하는「폴란드」의 평균적 가정이랄 수 있다.
그가 살고있는 집은 욕실과 부엌이 따로 있는 방 3개 짜리 공영아파트.
집세는 한달 1천1백 즐로티다. 집세가 소득의 10%도 안되는데도 저축은 한푼도 없다고 했다. 『아파트에 입주할 때 조합에서 돈을 빌어 카피트·가구 등을 샀어요. 10개월 할부 조건으로 꾸었기 때문에 한 달에 4천즐로티씩 갚아 나가요. 식비가 1인당 2천 즐로티씩 모두 8천 즐로티. 거기에 집세. 우리 부부만의 월급으로는 모자라 결혼을 앞둔 장남의 월급에도 신세를 지고 있어요. 부인의 설명이다.
식비가 총수입의 50%나돼 엥겔계수가 높은 편이다. 『온 집안 식구가 다 벌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부인의 말이다. 그래도 겨우 입에 풀칠 할 정도밖에 안된다. 격심한 인플레에다 품귀현상마저 심해 각 가계는 언제나 불안하다. 「비스니에프스키」씨의 경우 주식인 감자는 작년가을 월동용으로 2백㎏을 미리 장만했기 때문에 충분하다. 설탕은 매일 1인당 작은 숟가락으로 한숟갈씩, 버터는 4인 가족 분으로 1주일에 2백50g씩 각각 배급받고 있다. 『치즈는 지난 석달 동안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구경도 못했어요. 쇠고기를 실컷 먹어봤으면 원이 없겠어요….』 부인의 말은 아예 체념조다.
쇠고기는 지난 1일부터 배급제가 됐다. 이들 가족이 구할 수 있는 양은 한 달에 15㎏. 이는 이들 가족의 평소수요 30㎏의 절반이다. 곧 빵도 배급제가 된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부터 빵 판매가 1인당 1개로 제한됐다』고 했다.
「비스니에프스키」씨 부부는 모두 자유노조의 노조원이다. 자유 노조가 결성된 후 다소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작년8월 이전에 비해 자신의 급여는 2천「즐로티」. 처는 3백「줄로티」올랐다』는 「비스니에프스키」의 말.
부인은『나의 직장은 화학품을 사용해 공기가 나빠요. 8윌 이후 노조의 요구로 정기 검진을 하게끔 됐고 특별수당도 나오게 됐어요』라고 했다.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 부인의 소망이다. 『8시간 노동(오전6시∼오후2시), 쇼핑, 식사준비…집에 돌아오면 맥이 확 풀려요. 직장은 공기가 나빠요.
좀더 노동환경을 개선해 줬으면 해요. 자동차는 필요 없어요. 사치 같은건 아예 생각조차 안해요. 다만 조용한 생활을 바랄 뿐이에요.』
「비스니에프스키」씨는 이같은 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서독와 같은 생활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려 가면 먹을 것 살 시간을 잃어버리는 현재와 같은 생활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폴란드」노동자들의 욕망은 이처럼 소박하다. 이 같은 바람이 바로 노조를 형성한 저류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농촌>
「바르샤바」에서 서남쪽으로 50㎞쯤 떨어져 있는 인구 1백50명의 작은「콜라비에비체」마을. 「스코네치네」씨(40)는 처와 4자식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사는 7인 가족이다. 방이 둘밖에 없는 허술한 집. 식수는 우물물이다.
농지는 12정보. 가구당 평균 농지면적 7, 8정보에 비해서는 다소 많은 편이다. 밀·감자·야채를 재배하고 있고 소 7마리, 돼지 9마리, 닭은 30마리를 기르고 있어 자급자족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농기계는 갖고 있지 않으나 필요하면 근처의 농가에서 빌 수도 있다. 작년엔 농사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사료대·비료값·가족의 생활비 등을 제하고 나니 순소득은 하루평균 1백 즐로티(약2만원)선.
『담배 한 갑에 40즐로티이니 1백 즐로티는 아무 것도 아니죠. 다행히 가족 모두 건강했으니 그런 대로 지내고 있어요. 누군가가 병에라도 걸리는 날이면 큰 일입니다.』 「스코네치네」씨의 말이다.
같은 마을의「마에스키」씨(40)는 법대를 나와 농림성에서 관리노릇을 하다가 6년 전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발, 집과 2대의 자동차 등 전 재산을 처분하고 이곳에서 30㏊의 땅을 갈고있는 자영농민이 된 사람이다. 가족은 4명. 30㏊라고 하면 대지주지만 토질이 좋지 않아 목장으로밖에 쓰지 못하는 황폐한 땅이다.
그래서 젓소 40마리를 방목하면서 낙농에만 전념하고 있다. 작년의 수지결산은 평행이었다고 했다. 사료대는 오르기만 하는데 정부의 수매가격은 재작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유의 정부수매가격은 1ℓ당 8즐로티. 여기에 비해 생산비는 여름에는 4∼5즐로티이지만 겨울철은 목초가 말라 10즐로티로 뛰어오른다.
생활비는 작년의 경우 소 5마리를 판돈 20만즐로티와 2대의 트랙터를 이웃 농가에 빌려줘 많은 임대료로 꾸려나갔다는 대답이다. 교통이 크게 불편하지만 유지비가 많이 들어 차를 가질 생각은 아예 포기했단다. 「스코네치네」씨나「마에스키느」씨의 가장 큰불만은 정부수매가격이 생산비에 비해 너무 낮다. 그리고 농사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두번째 불만이다.
『건설자재·비료·석탄 할 것 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난방용 석탄은 가구 당 연간 1t이라는 기준이어서 너무나 모자랍니다. 부족분은 국영상점에서 살수는 있으나 밤을 새가며 줄을 서야하며 그나마 못 살 때도 있습니다. 줄을 서다보면 다른 일도 못합니다』(스크네치네). 농기계의 부족도 불만의 원인이다.
트랙터 등 농기계는 관영농협에서 빌어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공급대수는 35∼40개 마을당 2∼3대 꼴이어서 언제 그 순서가 올지 모른다.
네번째 불만은 자영농민과 국영농민과의 차별.
농민의 80%가 자영농민이고 농업생산의 80%가 자영농민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데도 농업예산 중 자영농민쪽에 돌려지고 있는 비율은 35%밖에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국영농장에서는 트랙터용 가솔린을 1ℓ당 5즐로티로 살 수 있지만 자영농민은 1ℓ당 14즐로티나 줘야 살 수 있다. 이 같은 농민들의 불만이 결국『농민자유노조』를 결성한 계기가 된 것이다.
농민자유노조는 정부에 의해 정식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스코네치네」씨는『노조가 결성되면 당연히 가입하겠습니다. 그리고「폴란드」정세가 하루빨리 수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심하고 일을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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