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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섭<서강대교수·방송학>드라마·쇼만이 오락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방송이 그전에 비해『더 시끄러워졌다』『결과적으로 망고만 더 늘어났군』하는 등의 얘기가 요즈음 시청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공영체제하의 방송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하고 의아스러운 눈치의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공·민영 이원제도아래서의 상업성이라는 필요악적인 존재로 인해 야기되었던 여러 가지 폐단과 역기능을 일소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최대한 살려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단행된 혁신적인 방송계의 통폐합의진의였다면 이 의미가 현실화되기를 시청자들은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평생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방송은 이제 단순한 언론매체나 오락매체가 아닌 문화·교육매체로서 재정립되어 방송의 순기능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러한 의도는 아랑곳없는 듯 오락성향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어 특히 드라마와 쇼는 수량적인 면에서 꽤 이다지도 많이 증가했는지, 아니 질과는 관계없이 양산되어야 하는 것인지?
기대했던 채널간의 특성과 개성은 어디로 갔는지? 개성은 차지하고 과거에는 공영의 특성이기도 했던 무 광고 방송마저 UHF의 독과점물인 양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방송은 오락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오락성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되어야 하겠다. 언제까지나『드라마·쇼=오락』이라는 단편적이고 구태의연한 공식에 기생할 것인가? 시청자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요소는 과언 무엇일까? 진지하게 자문해 보자.
지난해 TV공청회 때 시청자가 보인 획기적인 반응을 상기시키고 싶다.
시청자가 공감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라면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방송사적 실증경험이 있지 않은가? 함께 참여하여 허심탄회하게 시청자의 희로애락을 수렴함으로써 이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라면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즐거운 프로가 아니겠는가? 단말마적인 드라마 쇼 주종이라는 어제의 공식에 변화가 왔으면 한다.
아울러「유럽」식의 공영체제를 모처럼 어려운 각고 끝에 도입했다면 공영체제의 참 정신이 피상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경주되었으면 한다. 즉 대중시청자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방송풍토가 확립되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의 책임전가로 대중이익이 아닌 특정목적이 우선하는 사이비 방송이 설자리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히 대중통제의 기능을 십분 살리려는「유럽」여려나라 공영방송의 내면적인 참 정신이「방송위원회」등을 통해 적극 반영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법정기구인「방송위원회」가 발족하기도 전에 공영이 광고를 하기로 사전에 결정하는 등의 위헌적인 사례가 재연되어서는 아니 될 것임을 덧 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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