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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에 새기 류|무명신인들 초대전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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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들어 일부 상업화랑이 중견급 이상의 작가위주에서 벗어나 신예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해 주목을 끈다. 진화랑(대표 유진),관동미술관(대표 권대옥), 신세계미술관(대표이사 유한섭) 등이 기획하고 있는 진옥선 초대전(16∼23일·진화랑), 김장섭 초대전(12월5∼11일· 관동미술관),신진작가전(5월말∼6월초예정·신세계미술관), 청년작가2백호전(11월 중·신세계미술관)등은 이제까지 화랑가의 관심 밖이었던 30대 초·중반「무명신인」의 대거 진출이라는 점에서 세칭 중견-대가의「인기작가」에 편중되었던 화랑가의「새 기류」로 평가되곤 있다.
특히 첫 개인전으로 초대된 진·김 양씨의 경우 30안팎의 소장작가로 입방체로 화면을 꽉 채우거나(진씨) 벽돌 등을 공간질서에 의해 구축한 뒤 검게 칠하는 입체작업(김씨)을 해나가는 실험계열의 작가라는 점이 이채롭다.
화랑들은 『화랑가에서 외면 당해 온 재능 있는 신예들에게 길을 넓혀줌으로써 작가를 키우고 화단의 활력을 찾아보려는 뜻』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진씨는『국내에서 잘 모르고 지냈던 진씨의, 작품을 우연히 해외에서 접하게 됐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 본격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동미술관의 권대옥씨도『김씨는「파리」「비엔날레」에서 문제작가로 클로즈업된 바 있으며 작품 또한 훌륭하므로 젊고 재기 발랄한 유망주를 길러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권순철·오세열·박용인·허계·도팔량씨 등등을 그룹으로 초대하는 신세계 미술관은『그동안 계속돼 왔던 대가위주에서 벗어나 열심히 하는 작가에겐 기획을 제공함으로써 화단에 활력소가 되고자』이 그룹전을 마련했다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화랑 측도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일 교수(홍익대)는『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하고『특히 이제까지 단체전을 통해서만 작품 발표를 해온 실험계열 작가들의 개인전이초대로 열린다는 것은 화단의 기상도가 새롭게 전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화랑 측에서 그들 쪽에 눈을 돌림으로써 화단에 새 바람이 불 것을 기대했다.
서양화가 박서보 교수(홍익대)도 『70년대의 호황이「팔리는 그림」을 양산하게끔 풍토를 조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실험작가들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왔다』고 말하고『화랑들이 뒤늦게나마 현대미술 쪽에 관심을 갖고 유능한 신인들을 80년대 표면에 부상시킨 것은 작가적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간 실험계열의 작가에겐 비정(?)할 정도로 인색했던 것이 화랑의 실태였다.「실험」=「미친것」의 일반인의 냉소 또한 그와 같은 풍토조성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보다 활기찬 화단, 왕성한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 그들의「짓거리」와 현실간의 간격을 메우는 일은 누군가가 반드시 시작했어야할 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이들 화랑들은『앞으로도 매년 2회 정도는 이런 자리를 마련해나가 세간에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하지만 구도적 자세로 진지하게 도전하는 이들의 밑거름이 될 생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술계는 이런 화랑들의 의욕적인 기획들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며 동시에 화랑과 일반인에게 더 널리 파급되기를 바라고 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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