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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의 고동|80년대를 겨냥한 배전의 현장|카멜레온 섬유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카멜레온은 영원한 변절자로 낙인찍힌 동물이다. 심성의 변화가 다양한 인간들도 이제 겉모습마저 카멜레온을 닮아갈지 모른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당신이 입고있는 옷은 검정색으로 변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숲속을 거닐때는 옷색깔이 초록색으로 바뀌어질 것이다. 이 옷감은 이름하여 카멜레온·섬유」. 군작전용으로 안성마춤이다. 주위 배경의 변화가 없어도 옷색깔은 달라진다. 모욕을 당했을때 분노에 떨고 있는 당신의 몸에서는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의 강약에 따라 옷색상의 변화가 생긴다.
정신의 안정상태를 사진처럼 찍어내는 이 「포토 섬유」는 의사가 위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쓰는 렌즈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이탈리아」등 세계적인 섬유 톱 메이커들의 기술연구원들은 이러한 환상의 섬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이건」미국대통령이 암살자의 총알을 맞고도 『한번 더 쏘아보지』라고 기상천외의 대응자세를 취할수도 있다. 그것은 최근에 개발된 「케블러」라는 기적의 섬유에 의해 가능하다. 나일론을 개발해 일약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음했던 「뒤퐁은 지난 8년동안 2억5천만달러를 들여 「케블러」를 만들었으며 이의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타지도 않고 강철보다 강하고 질긴 이 섬유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탄알을 맞아도 끄떡없다.
섬유공업을 이끌어 온 화학섬유의 기술혁신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를 만큼 거덜이 났다고 선진국 메이커들은 말한다. 그러나 미국보다 20년, 일본 보다 10년 늦게 출발한 우리 나라 섬유업계는 최근 2∼4년 동안에 다투어 연구소를 차리기 시작,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활발한 기술개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면이나 모등 천연섬유는 넓은 망과 비료·사료·농약·연료가 필요하고 풍작이나 흉작에 따라 가격변동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주로 합성섬유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나일론이나 아크릴폴리에스더 섬유등의 플랜트 도입등 외국기술에 의함 국내개발이 대부분이나 신기술의 도입이 어려워진 이제는 자체기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정부는 1사 1기술개발을 의무화하기까지 했다.
선경합섬이나 한일합섬·제일합섬등은 최근 1∼2년 동안에 불에 타지 않는 섬유를 만들어내고 가벼운 마찰에 의해서도「찍」하고 전기를 일으키는 화학섬유의 특성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11년전에 불에 타지않는 섬유를 생산했지만 값이 비싸 일부 기업들이 도산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국내 기업체들의 올해 개발목표는 실크처럼 긴 화학섬유를 구태여 끄지않고도 방적사와 똑같은 촉감과 기능을 갖는「스펀·라이크섬유」를 만들어 내는 것. 주요 수출 품종이될 이 섬유는 신사복과 양장지로 쓰이며 값은 일반방적사의 3분의1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리털과 똑같이 부드럽고 푹신한 촉감을 가진 폴리에스터 솜 (점퍼와 베갯속등 .주로 쓰임)도 올해시장에 온다. 지금까지는 제품 자체를 입에 의존했던 오리털류의 일산 폴리에스터 솜이 시장에오면 진짜 오리털의 10분의1까지 값이 떨어질 전망이다.
합섬업계의 기술수준은 천은 짜거나 염색하는데 있어서 미국·일본·서독등에 크게 떨어져 ? 제품이라도 선진국의 13∼?% 정도의 값 밖에 못되는 경가 적지 않다.
섬유기술이 우세한 일본의 「도오레이」는 70년초에 폴리에스터 섬유로 인조 가죽을 만들었고 뒤이어「구라레사」도 성공, 미국 「뒤퐁」의 인조피혁기술에 도전한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이들 기업들이 만든 인조 가죽은 진짜 가죽과 전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감쪽같은 것이었다.
우리 나라 합섬메이커들이 이 기술을 사들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일본기업들은 단연코거절, 기술보호를 위한 철옹성을 쌓고 있다. 일부 업체가 국내기술로 생산하고 있는 인조가죽은 빳빳하고 한번 입고 나가면 후줄근해지는 기술적 결함을 극복치 못하고있다.
옷을 짜는 시대도 곧 끝날지 모른다. 떡쌀을 눌러 떡을 찍어 내듯이 옷을 찍어낸다. 솜까지 집어넣고 한단계 공정으로 간단히 옷을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단추만 말면 된다. 멀지않은 장래에 선진국에서 나타날 신기술이다.
섬유업계가 활로를 찾는 다른 길은 의류 패션화의 물결을 잘 타는 젓이다. 서독의 「시사」사가 반소매 메리야스 1장에 5천엔을 받고 일본에 팔고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 최상급 섬유에 멋들어진 염색, 세련된 재봉기술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와이셔츠·손수건·사무용 제복등도 패션화하고 있으며 이들 상품에 신용을 자랑하는 갖가지 브랜드를 붙이는 것도 훌륭한 기술이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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