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와 득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선 교직자들의 상당수가 현행 고교입시제도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사립중고교 교장회의가 전국의 고교교장·교사·장학사등 1천8백13명을 대상으로 고교교육운영 개선방안에 관한 조사결과 고교평준화 정책의 성과에 대해 일선교사의 40%이상이『얻은 점도 많지만 문제점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든 제도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입시등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분분하고 때로는 예각적으로 대립되게 마련이다.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먼 장래와 직결되는 사업이며, 그로인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만해도 수백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고교평준화는 성장기 청소년을 지나친 학업부담으로부터 덜어주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지만 그 시행 과점에서 숱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교육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인 학생의 평준화는 이룩할 수 있었을지언정 교사나 시설의 평준화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 이었다.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를 층분히 할수 있었다면 또 몰라도 그렇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 학교의 명실상부한 평준화는 하나의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었다.
특히 이 제도는 경쟁교육 풍토를 무너뜨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을「하향평준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
교육의 목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지능·지식의 개발에 있고 이를 통해 내일의 국력을 다지고 기르는데 있는 이상 평준화로 인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예삿일 수가 없다.
일선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 사이에 질의 격차가 커져 학습지도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가 큰 고민거리였다. 상위권 학생들에 기준을 두면 하위권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해 생활지도상 문제학생이 많아지고 하위권 학생에 초점을 맞추면 상위수 학생들의 불만을 사서 학교의 수업분위기가 불안해졌다.
평준화시책은 또 사학에 대한 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유발,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켰고 세계 여러 나라가 다투다시피 하고있는 영재교육이 무시되어 국가적 손실도 적지 않았다는 비판을 자아냈다.
사학교장 회의의 조사결과 교장들의38.2%는 종전과 같은 자유경쟁제도로의 환원을 주장했고, 사립교사의 40.6%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및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인간사회에서 경쟁심·명예심을 강제로 평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도전과 경쟁이 없는 사회가 발전할 수는 없다. 그런 뜻에서 자유경쟁으로 환원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7·30교육개혁」으로 그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다. 7·30조치를 통한 대학입시제도는 중·고교평준화를 전제로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평준화 정책에 전면 수정이 가해진다면 연쇄적인 혼란이 생길 것은 명약관화하다.
때문에 현시점에서 고교입시를 다시 전면적인 자유경쟁제로 할 수는 없을지라도 부분적인 개선이나 보완방안에 대해서는 당국으로서도 깊이 있는 재검토가 부단히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립고교는 현행 추첨입시제를 존속시키되 사립고교는 경쟁입시제를 부활함으로써 사학의 특성을 살리면서 영재교육의 실도 거두는 방법도 검토됨직하고 우열반 편성을 양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봄직하다.
교육에 관한한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일선교사들 이라고 믿는다.
당국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면 어떠한 것이건 경청하는 자세를 지녀야할 것이며, 그런 뜻에서 일선교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