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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딸 자주 못봐 한 맺혀 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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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오씨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일째 단식 농성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지난 22일 건강 악화로 서울 용두동 동부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단식일기’를 통해 “병원에 이틀간 있어보니 각종 악성 루머와 댓글이 난무했지만 난 떳떳하니까 신경 안 쓸 거다”라며 “여러분도 신경 쓰지 마시고 특별법만 보고 달리자”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에는 자신이 유민이 외삼촌이라고 밝힌 사람이 “김씨는 두 딸이 어릴 때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이 없고, 누나가 김씨와 이혼하고 10년간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느라 고통을 겪었다”는 글을 올렸다. 또 인터넷에서는 김씨에 대해 “유민이가 죽은 후 보상금을 많이 받아내려고 단식쇼를 한다” “금속노조 조합원 강경파로 반정부시위 데모에 자주 나타나는 종북단체 소속원이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김씨는 “2003년 이혼하면서 방 한 칸짜리 월세방 겨우 얻어서 힘겹게 살다 저 세상으로 유민이를 보냈다. 매달 비정규직 월급으로 힘들게 살다 보니 양육비를 매달 꼬박꼬박 보내주지 못하고 몇 달에 한 번씩 보낼 때도 있었지만 부녀지간 사랑은 각별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우리 유민이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만 하면 죄인이 된다”며 여행자보험금 1억원은 10원도 안 받고 이혼한 전처에게 전액 양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때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 한다는 부담 느낄까 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금속노조원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충남지부 금속노조 조합원인 것은 맞지만 지난해 7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자동으로 조합원 가입이 된 것”이라며 “지금은 억울하게 죽은 딸의 아빠로 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두 아이를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보고, 사주고 싶어도 많이 사주지 못했던 것이 한이 맺히고 억장이 무너지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유민 아빠의 고향인 정읍에 국정원 요원이 내려가 어떻게 생활하고 자랐는지 들쑤시고 다닌 사실을 포착했다”면서 “치졸한 공작에 대해 모든 가족이 유민 아빠와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배우 이산(본명 이용근)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것이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뮤지컬협회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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