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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깍아 주겠다…우리기름 사달라"|원유시장에 이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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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석유시장에서 원유가 남아들고 값이 떨어지고 있다. 산유국은 우리정부에 원유의 추가물량 판매를 제의하고 값까지 깎아 주겠다고 직접 제의하는 이변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정유회사는 계속 밀려들어오는 원유를 저장할 수 없어 일단 이를 정제한 다음 등유와 경유 등 일부 제품은 수출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중공·「페루」등이 원유가격을 1「배럴」에 0·5∼1·5「달러」까지 인하, 판매할만큼 정유사정이 달라졌다.
OPEC의 작년 평균생산량은 한해건보다 하루 4백만「배럴」이 적은 2천 6백 80만「배럴」로 지난 73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소비절약·연료대체·비OPEC산유국의 석유생산·전쟁중인「이란」「이라크」의 수출재개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올해초부터 공급과잉현상을 낳고있다.
세계의 석유수요는 작년에 무려 7·5%나 떨어졌고 (우리나라는 1%감소) 올해도 또 1·5%나 줄어들 것이라고 세계「에너지」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1차「에너지」시장에서 OPEC의 점유율은 74년의 35%에서 작년에는 28%로 곤두박질쳤다.
「나이지리아」「쿠웨이트」「리비아」등은 지금까지 감산에 의해 공급을 조절해 왔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달러」로 연결되는 생산계획에 합의를 얻어내 대규모 감산을 하기는 사실상 곤란하다.「사우디아라비아」등「달러」창고를 가지고있는 산유국과「알제리」 「나이지리아」「인도네시아」등 많은 인구와 대규모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당장 돈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석유생산 감축을 놓고 분극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시각각 석유수급을 민감하게 반영하는「스파트」(현물) 시장 가격은「이란」-「이라크」전쟁 직후의 1「배럴」42「달러」에서 최근에는 37「달러」에 머물렀다. 공시가격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물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공시가격의 인하나 현수준 동결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IEA (국제「에너지」기구)와「소칼」석유회사는 올해의 석유수급에 부족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엑슨」과「셸」은 하루 2백 60만「배럴」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장기예측을 내놓았다.
세계의 석유사정을 어느 방향으로 급변시키느냐의 열쇠는「사우디아라비아」가 쥐고 있다. 그들의 감산방법여하에 따라 불안의 폭풍이 불 것이다. 기대하는 방법은 우선 제1단계로 1일 50만「배럴」의 감산이다. 일거에 대폭 감산하면 심리적 요인과 함께 물량파동이 빚어질 것이다.
어떻든「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의 석유사정을 또다른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 여러갈래로 벌어진 0PEC의 석유가격을 통일하고 그의 염원인 장기전략확립을 향해서 다른 산유국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하지 않으면 다른 산유국의 원유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타 산유국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귓속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정부의 유정당국자는『안타깝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석유를 사들이는데 분주했지만 이제는 석유제품이 많이 쌓여 그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석유공급선을 끊을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73년 1차파동 이후 75년 석유공급 과잉으로 값이 떨어졌으며 이때의 무방비로 79년 2차파동때 쓰라린 공격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의 석유사정에는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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