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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월호 열쇠’ 어디에 있는지 국민은 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병원에 실려가던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에 갔다. 극명한 대조만큼이나 여론도 엇갈린다. 한편에선 박 대통령이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얘기라도 들어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고 청와대 책임론으로 귀착되는 것을 우려하는 여권의 상황 인식 앞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다른 한편에선 무작정 떼쓰면 다 들어줘야 하냐며 유가족의 절제를 바라는 쪽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자기 자식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믿는 부모들에게 할 말은 아니다.

 사실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는 것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곤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유가족을 면담하면서 “기회가 되면 또 뵙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시 만난다고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도, 권위가 손상되는 것도, 무슨 봉변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 스스로 세월호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성의를 보여야 할 차례다.

 청와대가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할 일’이라는 형식논리를 방패로 삼는 것도 한두 번이다. 청와대가 입법부의 등을 떠밀다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유가족은 이미 정치권에, 특히 여권에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상태다. 게다가 유가족을 둘러싼 주변 세력들이 내뿜는 잡음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본질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곁가지만 무성하게 키울 뿐이다.

 물론 청와대가 적극 나서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다고 본다. 세월호 정국에 편승하려는 야권의 전술이 눈에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지닌 진상조사위를 통해 야권은 청와대·정부에 칼을 겨누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예컨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의 박 대통령의 소재에 대한 루머 검증, 유병언 시신 미스터리 확인, 국가정보원의 세월호 운항 개입 등이 야권이 노리는 메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고, 왜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하지 못했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 사안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청와대의 경계심만 자극할 뿐, 사태 수습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 결과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진전 없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바둑에서 말하는 순환패에 걸린 형국이다. 그에 이르게 된 책임을 떠나 지금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면, 그래서 국면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아무래도 청와대가 나서는 게 순리다. 국정의 최고 책임은 늘 청와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아직 다리가 끊기지 않았을 때 청와대가 교착상태를 돌파해야 한다. 야권의 정치공세를 무릅쓰고 유가족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형식논리를 거두고 진심과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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