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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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방이라면 우리는「8·15」를 연상한다. 일제식민통치로부더 풀린날.
2차대전과 함께 「이디오피아」「폴란드」등 무수한 나라들도 우리와 같은「해방의 날」을 맞았다. 이처럼 해방은 2차대전후의 새로운 법적용어로 부각되었다.
한자의 「해방」이란 말은 벌써 3세기께 서진의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에 등장 한다. 역시 풀려난다는 뜻이었다.
서양사에는 고대「그리스」「로마」의 노예, 중세의 농노, 19세기의「아프리카」흑인노예를 풀어주는 해방이있었다.
「러시아」의 「알렉산더」II세는 1861년 농노를 해방시켜, 역사가들은 그를『해방황제』라고 부르기도 했다.
「해방전쟁」(Befreiungs-krieg)도 있었다.
1813년「나폴레옹」의 압제에 대항해 「스위스」「오스트리아」「폴란드」「러시아」등 제국민이 벌인 전쟁.
1847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기초, 그 이듬해 발표한 소위 「공산당선언」에도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자유세계와·공산주의자들이 서로를 의식하며 해방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것은 참「아이러니컬」하다. 아뭏든 이 지상에선 아직도 해방의 절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점령군·군사정권·전체주의·반동정권·공산학정이 있는한,「해방」이란 말은 더욱 절실한 「메시아」의 복음처럼 들린다.
그러나 해방은 정치적·사회적압제로부터 풀려나는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4선대통령이며 「뉴·딜」정책으로 명망높은 「F·루스벨트」는 1941년 1월6일 연두교서를 발표하며 인간의『4가지부가결의 해방』을 역설했었다. 언론·표현의 자유, 신교의 자유,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실제로 그의 이런 공약은 20세기초만해도 상상조차 할수 없던 일들을 미국에서 성취시켰다. 「불도저」와「피아노」와·냉장고·TV·자동차 그리고 「아파트」를 가진 노동자, 농민을 탄생시킨 것이다.
현대엔 사회의 폭이 넓어지면서 해방의 폭도 또한 넓어졌다.「여성해방」의「술로건」이 드높은가하면 일부 신학자들은「해방신학」을 의치고 있다. 해방신학자들은 『눌자를 자유케하고…』의 복음적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전두환대통령은 3일 취임사에서 전쟁위협·빈곤·정치탄압·권력남용으로 부터의 「해방」을 다짐했다.
우리의 현실을 감추고 왜곡하기보다는 그것들로 부터의 「해방」을 역설한 지도자의 적극적이고대담한 자세야말로 오늘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영어의 「리버티」(자유) 와 「리버레이션」(해방)의 어원이 하나인 것은 의미가 깊다.
「리버레이션」이 없는 「리버티」는 뿌리없는 사과나무와 같다. 자유가 구호라면 해방은 행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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