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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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갸름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와 얇은 입술을 가진 20대의 여인.
이것은 윤상군의 누이가 중앙일보에 그려준 유괴범의 인상이었다. 경찰도 그런 인상을 본떠 「몽타지」 사진을 만들어 공개했다.
우리나라 경찰의 「몽타지」 솜씨만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난 작년 12월 서울 영등포 상은지점「갱」의 「몽타지」는 실범인 얼굴과 똑같아서 수사관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그런 예는 그 외에도 번번이 있었다.
「몽타지」는 『뜯어 맞춘다.』는 뜻의 불어로, 일본경찰이 처음 사용했다. 우선 범인의 얼굴을 본 일이 있는 사람들에게 수천, 때로는 수만의 인물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의 기억을 더듬어내게 한다. 얼굴의 윤곽, 눈·코·입·귀·머리모양 등을 가려내서 근사한 모습의 사진을 만든다.
1948년 「도오꾜」 제국은행의 한 지점에서 있었던 독살사건의 범인을 찾을 때 이런
「몽타지」 사진이 처음으로 등장했었다. 물론 많은 노력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선 벌써부터 환등기를 이용해 훨씬 과학적이고 능률적으로 「몽타지」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등기를 통해 수많은 얼굴을 비추어 보고 그 속에서 부분 부분의 닮은 모습을 찾아 영사기 속에서 근사한 「몽타지」로 합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법은 보다 실물에 가깝게 접근 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선진국의 경우 중요한 공공장소나 은행·백화점 등엔 자동 VTR장치가 가설되어 있다. 범인이 나타나면 자기도 모르게 「브라운」관 속의 연기자가 되어버린다.
1974년 미국신문왕의 딸인 「허스트」양이 공성해방군(SLA)에 납치되어 「샌프란시스코」의 한 은행에서 「갱」을 할 때도 VTR를 통해 그 정체가 탄로되었었다.
「몽타지」술이 뛰어나고, 또 VTR가 등장하면서 요즘은 범인들의 복면술도 함께 발달(?)하고있다.
「찰즈·브론슨」이 등장하는 어느 영고에선 범인들이 여자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나타나 기급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몽타지」도, VTR도 소용이 없다.
혹시 머리카락이라도 한오라기 떨어뜨리면 문제는 다르지만-.
현대의 과학수사에선 범인의 모든 것이 단서가 된다. 지문·성문·족문은 말할 것도 없고 머리카락·침방울·땀·발자국 등도 수사를 돕는다. 담배꽁초·용변까지도 호재다. 초경수사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는다.』는 속담은 범죄수사에서도 옳은 말이다.
윤상군 누이가 진술한 「몽타지」는 필경 근사할 것도 같다. 나이가 어려 기억이 또렷할 것이고, 뜻밖의 유혹을 받아 범인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답답한 요즘 어디 범인의 「몽타지」라도 다시 한번 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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