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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부정확한 논리로 지상파만 챙기는 방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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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전체 방송 콘텐트의 80%를 생산하는 지상파가 힘들다.”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광고총량제와 UHD 정책방안 도입 등 지상파 편향적인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근거다. 지상파 재정 위기→80% 콘텐트의 품질 저하→시청자 피해라는 너무나 ‘지상파스러운’ 논리였다. 발표가 끝나고 방통위 관계자에게 “정말 80%가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여러 교수,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설마 80%나 될까”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직접 방통위 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봤다.

 우선 시청점유율. 1년 동안 전 국민이 어떤 매체를 얼마만큼 봤는지 분석한 수치다. 방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2013년도 시청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의 시청점유율 총합의 비중은 59%다. 나머지 41%는 유료방송이 차지했는데, 매년 증가하면서 지상파를 추격하고 있다.

 다음은 프로그램 제작비. 방통위 ‘2013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각각 1조2000억원(41%), 1조7000억원(59%)을 콘텐트에 투자했다. 여기선 오히려 유료방송이 앞선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 창출도 마찬가지다. 전체 방송사 종사자 3만3888명 중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는 1만4331명(41%)에 불과하다. 이 밖에 어떤 항목을 비교해봐도 지상파가 80%를 차지하는 것은 없었다.

 숫자 밖의 현실도 따져보자. JTBC의 ‘밀회’와 ‘히든싱어’ ‘마녀사냥’,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코미디 빅리그’ 등 식상한 지상파 스토리를 벗어난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파급력은 더욱 대단하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별에서 온 그대’나 ‘닥터 이방인’ 같은 한류 드라마 대다수도 외주제작사가 만들었는데 이를 지상파 100% 제작 능력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상파 UHD용 주파수를 안 줘서 시청자가 피해 본다’는 지상파 편향적 내용을 연일 메인뉴스 리포트로 내보내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요즘 진용을 넓혔다. 정통 탐사·토론 프로까지 동원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과 19일 ‘100분토론’의 주제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한류 확산”이었다. 유료방송 측 토론자로 출연한 한 교수는 사회자까지 합세한 지상파 측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물론 지상파의 오랜 방송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의 콘텐트 경쟁력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매체 간에 균형 발전도 생각해야 할 때다. 방통위가 이제라도 지상파 프레임을 깨고 나와 솔로몬의 지혜를 펼쳐낼 수 있을까.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