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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몸이 불편한 어린이의 손발이 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구문화의 발달을 흔히 봉사정신에서 찾는다. 그만큼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봉사정신은 함수관계에 있다. 아직은 미미하나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도 자원봉사로 이웃을 돕는 사람이 늘고 있다. 봉사의 싹을 조금씩 키워가는 이들 단체와 그들의 봉사현장을 찾아보는「시리즈」를 엮는다.
『봉사자로 자원한 것은 어떤 뚜렷한 의도가 있었던것은 아닙니다. 나의 전공이 뇌성마비아를 돕는데 도움이 될것같은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한국뇌성마비아복지회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명경미양(22·이대특수교육과 4년)은 『도움을 줄 수 있을것』 이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것이 이제는 큰 보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명양은 하반신을 쓰지못하고 양손도 제대로 쓰지못하는 뇌성마비아 구본웅군(12)과 지난해 5월 결연한후 한주일도 빠지지 않고 구군의 집이있는 봉천동 산마루를 방문했다.
극빈가정의 뇌성마비아를 돕자는것이 명양의 의도.
『본웅의 집에는 두평이 될까 말까한 방하나에 5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오히려 나의 방문이 번거로운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뎨 이젠 한식구가 되는 기분입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해 왼손의 엄지와 인지사이에 연필을 끼고 힘주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젠 느리기는 하나 매일매일 일기를 쓸 정도까지 되었다고 명양은 자랑스러워 한다. 1주일에 하루를 택해 3시간씩 지도를 해주고 있지만 숙제를 꼭꼭 내주고 있어 의외로 학습의 진도가 빨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에 지친듯한 느낌이 들면 명양은 구군과 함께 놀아준다. 특히 구군이 장기를 즐겨 명양도 일부러 장기를 배우기도 했다.
뇌성마비아는 신체에서 쓰지않는 부분이 많아 차츰차츰 굳어버리거나 퇴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쓰지않는 부분을 늘 주물러 주어야 한다. 명양은 이점도 늘 염두에두고 배려를 한다.
구군때문에 좀체 외출을 하지못하는 구군의 어머니도 명양이 들를매 가끔 외출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지난겨울 눈이 지독히 와서 언덕 오르내리기가 힘겨웠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구군과그 식구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빠질수 없었다고 명양은 말한다.
『부자도 아니고 시간이 많은것도 아니나 돈을 버는 일보다 오히려 이같은 일이 소중한것 같아요.』
1주일에 단3시간의 봉사지만 여기서 명양은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를 얻고 다른곳에서 찾을수 없는 귀중한 그 무엇을 얻고있다고 했다.
뇌성마비아 자원봉사대 (대장손욱)는 지난해 5월 극빈가정의 뇌성마비아를 돕자는 의도에서 봉사대릍 만들었다.
인구 1천명에 3명 정도로 추정되는 뇌성마비아의 수는 의외로 많고 여기에 집안마저 가난하다면 거의 버려진 존재가 되어 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정상적인 지능수준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지를 쓰지 못하는 뇌성마비아에게는 다른지체부자유아에 비해 보다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있다. 때문에 자원 봉사자라 하더라도 뇌성마비아에 대한 지식이나 연관이있어야 봉사가 가능하다고 대장 손욱양(35·「코사」근무)은 설명한다. 현재 봉사대에는 12명의 자원봉사자가 극빈가정의 뇌성마비아 한명씩과 결연, 매주 한번씩 가정을 방문,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봉사자의 대부분이 뇌성마비아를 도울수있는 물리치료사나 특수교육을 이수한 사람들, 또는 가족 가운데 뇌성마비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뇌성마비아의 치료나 교육만을 해 주는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그 아동 한사람 때문에 지장을 받고있는 모든 문제를 가능한한 돕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봐주기도하고 어떤 경우에는 청소까지 해주어 가난한집의 일손을 도와주게 된다고 명경미양은 설명해준다.
현재 자윈봉사대에 등록되어있는 대원은 37명, 이들에게도 차츰 결연을 해주어 자원봉사사업을 확대시켜 나가겠다고 손욱대장은 계획을 밝히고 있다.<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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