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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의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0년대이래 줄기차게 계속돼온 정계 「이슈」중의 하나가 지방자치제실시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지난 약20년 간 이 문제에 관해 공화당정부는 일관하여 소극적·부정적 자세를 견지해오다가72년의 이른바 유신헌법에서는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지방의회는 구성하지 않는다고 못박아 버렸었다.
이에 반해 야당세력은 또 한결같이 조속한 지방자치의 실시를 요구해 이 문제는 선거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중요쟁점이 되곤 했다.
이처럼 약20년이나 끌어오던 지방자치문제도 최근 조성돼가고 있는 화합의 분위기와 함께 어쩌면 결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몇 가지 시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구 헌법과는 달리 제5공화국헌법은 지방의회의 구성시기를 법률로 정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실현여부는 제정치 세력간의 합의여하에 달렸다고 볼 수 있는데 양대 선거과정에서 나온 이 문제에 관한 각 당의 정책은 상당히 서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민한당과 국민당의 대통령후보는 각기 『지방자치의 조속한 실시』를 주장한바 있었고, 이어 지난 21일 민정당도 지방자치제실시를 앞당긴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민정당은 이를 위해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넘겨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롤 높이고 지방의회의 조속한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로 보건대 유력한 3개 정당이 지방자치제의「조속한 실시」라는 원칙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샘이다.
우리는 지방자치에 관한 이 같은 사웅발전을 환영하면서 헌법조항대로 지방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지방의회를 구성할 때가 가급적 빨리 오기를 희망하고자 한다. 아울러 각 당은 이 문제에 관한 원칙적 자세를 밝히는데 머물 것이 아니라 문제 틀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한 구체안을 제시하여 서로 비교·비판함으로써 좋은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 노력을 하는 게 좋겠다.
지방자치제는 사실 국회의 존재와 함께 민주정치의 양대 골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정치의 오실」 또는 「그라스루즈·데모크러시」(Grass-roots Democracy) 라는 말처럼 지방자치야말로 민주주의를 토착화하는 지름길이자 국민참여의 극대화롤 기할 수 있는 길이다.
더욱이 경제규모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규모도 엄청나게 커졌고, 이의 집행에 있어 주민의사와 지역실정을 반영해야할 필요성도 날로 커가고 있다. 방대한 재정운용을 주민대표의 심의와 감시 없이 하는데 따르는 낭비와 시행착오·감정무시·사유 재산권 침해 등의 폐단이 지양돼야할 때도 왔다.
수 백억 미만의 예산만 갖고도 국회심의과점에서 홍역을 치러야하는 중앙부처와 8천억 대의 예산을 같은 행정부의 총리실소속 공무원의 심의만으로 확정하는 서울시의 경우를 비교해봐도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에너지」의 분산이라는 점에서도 지방자치의 의의는 크다. 국민의 정치적 「에너지」가 국회 한곳을 향해 집중됨에 따른 중앙정치의 과열현상을 우리는 60년대와 70년대에서 익히 보아왔다. 지방의회를 통해 정치지망자들의 경험과 식견을 활용하는 것은 국가이재과도 부합될 수 있다.
과거 지방자치의 시기 상조로는 주로 짧았던 민주당 집권기의 지방의회경험을 들어 지방의원의 부패·이권개입· 행정의 비능률 등을 거론했고, 또는 정쟁의 지방확산을 반대의 이유로 내세우기도 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지방의회가 야당지방조직의 활성화근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여건도 달라졌다. 그동안의 민도의 향상, 높아진 공무원의 수준이 그렇고 교통·통신의 발달 역시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또 만약 당략의 시기상조론은 지극히 소승적이요, 근시안적인 것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이며 정부나 각 당의 접근도·이 문제에 집주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서울·부산등 대도시의 재정자립도는 이미 지방자치를 실시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고 하는 만큼 해법이 정한대로 순차적인 지방의회의 구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고 본다.
우리는 2O년 내의 지방자치논쟁이 이번에 종결될 듯한 분위기를 거듭 환영하면서 정부와 각 정당들의 성의 있는 노력을 촉구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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