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은아양 시인 양명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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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연예인들, 그들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큰 영향만큼 그들은 대중들로부터 폭넓게 사람을 받고있다. 인기 연예인들에겐 그 인기만큼 많은 「팬」들이 있다. 그들의 연기에, 그들의 감미로운 노래에 매혹된 「팬」들 가운데는 연예계와는 거리가 먼 듯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가 있어 흥미를 끌고있다. 인기 연예인에게 어떤 이색「팬」이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내가 사직동에 살 때 일이다. 어느 날, 무슨 종류의 차였는지 커다란 배(선)같은 호화로운 차로 배우 고은아는 그의 부군과 홀연히 찾아왔다. 14년 전 일이다. 그들은 나의 서재에서 차를 마시며 흥정을 시작했다. 당시 집사람(김자림·극작가)이 쓰고 있던 연속방송극 「귀부인」의 영화제작을 위해 원작을 사러온 것이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미소로 고은아는 「귀부인」의 게를 지니고 있었다. 흥정은 손쉽게 성립되어 그녀의 부군은 수표를 내놓았다. 이 아름다운 여인을 나는 한사람의 여우로만은 보지 않았다. 무언가 인간적인 신비를 머금은 존재로 보았던 것이다. 어떤 불가사의한 매혹을 간직한 여인으로 느꼈던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고은아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이다.
그전에도 집사람이 쓴 『소문난 여자』의 주인공으로 집사람과는 연관이 있었지만, 나는 그때 처음 그녀를 대했다. 그 후 역시 집사람이 『달래』를 TBC TV에서 하게 되었는데, 집사람은 많은 의견을 밀어치우고 고은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고은아의 연기는 역시 이 작품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고, 마침내는 영화화까지 됐다고 그때에도 나는 고은아의 연기를 눈 여겨 지켜보았다.
이렇게 해서 나는 고은아라는 여인을 주시하게 되었고, 그녀도 종종 우리집을 찾아와 대화의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몇 해 전엔 반포교회에서 그녀의 간증을 듣게 되었다.
고은아는 자기의 걸어 온 길, 여우로 또는 「탤런트」로 밟아온 연예생활, 인기배우로 차지했던 갖가지 화려한 세계 등을 낱낱이 단상에서 비판하면서 고백하듯 뜨거운 간증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확한 발음과 어조로 사람의 가슴깊이까지 쏘아붙이는 빠른 속도의 연발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감동하였다.
14년 전 나의 서재에서 느꼈던 일을 나는 다시 생각해내는 것이었다.
고은아는 크게 변화를 일으켰다. 이미 새로운 탄생이 시작된 것이다. 여러 곳에서 간증이 터져 나왔다. 미국의 땅에서도 간증의 단상에서 많은 사람을 감회시켰다.
그런가하면 아무도 모르게 자기 수입 중에서 거액을 교회건축(경기도 성남시)에 헌금하는 등 몸바쳐 봉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참으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영화에서나 「텔리비전」에서 주는 영향의 몇 백 배 더 크고 더 절실한 감동을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는 고은아의 목소리는 이 봄에도 푸른 기류를 타고 온 누리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하소서>를 외치며 이 사랑의 사도는 신의 무한한 축복 속에 새로운 삶의 날개를 펴는 것이다.
고은아는 이제 연기로서가 아니라 기독교 교인으로서도 나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영원한 「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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