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환 육참총장 “반인권 행위 지속되는 부대 해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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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병영 폭력 완전 제거작전을 전개하라.”

 신임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20일 군에 내린 특별지시다. 김 총장이 병영 내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총장은 특별지시에서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는 발견 즉시 전 부대원을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사건을 바로 공개함으로써 군내 어두운 그늘을 없애 나가기로 했다.

 이붕우 육군 정훈공보실장은 “앞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언론을 통해 사건사고를 국민에게 바로바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1차로 육군은 지난 4월 정밀 부대 진단에 이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조사한 10여 건의 가혹행위 사례를 이날 공개했다.

 ‘윤 일병의 가래침 핥기’에 버금가는 엽기적인 행동들은 28사단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모 부대에선 지난 5월 상병이 날아가는 파리를 손으로 잡아 후임 병사(일병)의 입에 강제로 넣었다. 후임 병사는 입에 넣었던 파리를 곧바로 뱉어내 삼키지는 않았지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부대 간부까지 가혹행위에 나서곤 했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모 부대에선 중사가 장난을 친다면서 병사들에게 수갑을 채워 구타하고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는 등 폭행과 가혹행위, 욕설을 일삼다 발각돼 헌병대 조사를 받고 있다.

 강원도 화천의 한 부대에서는 상병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후임병 4명을 여러 차례 폐품 반납 예정이던 부식용 냉장고에 가두곤 했다. 화천의 또 다른 부대에서는 일병 등 3명이 후임 일병 7명을 상대로 볼에 키스하거나 귀를 깨물고, 목덜미를 핥는 등 30여 차례 강제 추행했다.

 춘천의 모 부대에선 올 초부터 이달 초까지 병장이 후임병 5명에게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수십 차례 폭행하고 유성펜으로 허벅지에 성기 그림을 그리는 등 추행을 했다. 육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군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수사 중이며 피의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장난이나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이유로 이뤄지는 병영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감찰·헌병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대 점검 과정에서는 가혹행위뿐 아니라 도박사건까지 적발됐다. 포천의 모 포병부대 A(25) 중위와 B(24) 중사는 수억원대의 스포츠 도박을 하다 입건됐다. B중사는 도박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A중위를 협박해 4900여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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