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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은「오똑이」인가…(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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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명이라는 상해의 한 공원은 늘보자기를 들고 다니다가 긴 행렬이 보이면 으례 그 줄의 꽁무니에 따라붙는다. 그 행동은 조건반사적으로 순간적으로 이뤄진다. 그런 대오가 보이는 곳이라면 필경 생필품을 파는상점일 터이고 사람들이 아직도 대오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아직은 재고가 있다는 뜻이어서 어떤 품목이든지 줄을 설경우 구할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양명은 공인일보에 투고한 글에서자신을 포함한 그러한 대오에 선 사람들이 소득이 높아 사재기롤 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필품의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해 우선 무엇이든지 사놓아야 하기때문에 항상 보자기를 들고 다니다 줄을 보기가 무섭게 끼여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중공지도층에 묻는다.『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보다 우수하다고 귀가 따갑게 들어왔는데 오늘날 중공이 낙후된 원인은 무엇이냐』고-.
모택동이 49년10윌1일 북경의 천안문광장에서 건국을 선포했을때 5억이던 중공의 인구가 30년이 흐른오늘에 무려 10억으로 불어났다. 1세기에 걸친 외침과 내란에 시달려온 중국인들이 끝없는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중공건국의 긍정적 측면이라고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믿고있다.
그러나 중공인들의 일반적 생활수준을 살펴보면 양명의 절규는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홍콩」의 중립지명보사설은 지적했다.
세계은행(IBRD)의 통계는 이노동자의 항변을 뒷받침한다. 이 은행의 각국별 개인소득통계(79년 현재)에 따르면 중공은 1인당 개인소득이 2백53「달러」(3백79원)인데 비해 대만은 중공보다 6배나 되는 1천6백「달러」나 된다.
거의 20년동안이나 동결됐던 노동자의 임금이 79년말에 인상되고 18개의 농축산물(주곡제외)에 대한 수매가도 같은해에 인상됐다. 상여금제도가 부활하고 농민의 부업이 장려되는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지방에선 굶주림에 못이겨 자식을 팔아먹는 일도있다.
부주석 등소평이 자기의 고향인사천성에서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30근짜리 양표 한장으로 꽃다운 처녀를 사고 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이를 설명한다.
농민의 수입보다 8배나 높은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79년에 58.7원(약2만5천5백원).이것을 북경시통계국이 80년4월에 발표한 시민1인당 월생계비와 비교해본다.1인당생활비는 36.9원. 인구 7백50만명중3백만명이 취업하고 있다니까 취업자1인당 부양자(자신포함)가 2.5명인 셈이다.
따라서 노동자 1인이 북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최소한 92.25원의수입을 올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60원안팎이다.
생계비의 내용을 보면▲의·식·기타 생필품 구입비가 91.3%▲주거비가 2%▲의료비가 1%▲광열·교통·통신비가 5.7%를 차지한다.북경시의 이 통계만으로는 시민들이문화나 오락에는 좀처럼 신경을 쓸수 없을만큼 생활하기에 빡빡하다는것을 의미한다.
당주석 화국봉이 77년 평향을 방문할때 김일성의「천리마정신」을 높이 산다는 뜻에서 화가 김에게 줄선물로 수백점의 말 공예품중에서 「군마」(돌공예품)를 선택했다. 당시 이작품의 조각가 임요광은 특별상금으로 2백원을 받았다.임은 상금을 받기 무섭게 암시잠으로 달려가실량을 사들였다.
집안은 그제서야 웃음이 감돌았다는 임의 고백은 생활의 어려움을그대로 드러낸다.

<「홍콩」의 「종보」지보도>
북경시의 한 통계자료는 매우 흥미를 끈다.북경시 통계국에따르면 79년 시민들이 월평균 1천가구당 15가구가「텔리비전」을 구입했고 전기세탁기·냉장고·선풍기등고급제품을찾는 경향이 높아 공급부족 파동을겪었다.
12「인치」흑백 「텔리비전」수상기 한대담 가격이 5백20원이니 도시노동자의 연간 소득 (7백8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액수다.
그런데도 공급파동을 겪었다는것은북경시민의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는훨씬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무부의 한고위관리는 금년초「인플FP이션」이 15∼20%나 된다고 실토하고 인민들의 매점매석과같은 반사회적 행위가 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했다.
광명일보는 지난1윌19일에 대도시에서 생필품을 매점한뒤 소비재가 귀한 시골로 빼돌려 폭리하는 시민들의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보도로는 북경에서만 80년에 그와같은 불법행위가 2만2천건이나 적발되어 50만원상당의 벌금과현물이 압수됐다.
적발된 물품은 어물과 과자에서부터 구두약·화학원료·시계·「텔리비전」수상기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다행히 조자양이 수상에 취임한이후 기본방침을 소비재생산의 증산을통한 인민생활개선에 두고 노동자들에게는 물가수당과 장려금을 지급하는 융통성있는 경책을 집행하여 시민생활이 향상될 전망이 짙다.<이수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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