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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고유한 한국 문학의 뿌리|시조짓기「캠페인」…그 의의와 바람직한 방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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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조는 우리의 정통 시이면서도 우리문학이이를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여 쇠퇴하고 있다. 신문학 이후 자유시의 물결과 일제식민정책의 영향으로 민족고유의 정서를 담은 시조가 빛을 잃어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시조를 우리 생활 속에 다시 자리잡게 하고많은 사람들이 즐겨 노래하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중앙일보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시조찾기 「캠페인」울 벌이기로 했다. 시조가 어떤 문학형태이며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번화해왔고 앞으로 계승·발전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시조인 김상옥·이근배·김제현씨등 3인의 대담을 가졌다.
김상=시조는 정형시로서 우리민족의 호흡에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시 형태입니다. 우리 언어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리의 것인 시조가 잊혀져가고 과거의 것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조를 우리생활 속의 문학으로 정착시켜야합니다.
이근=김선생님 말씀과 같이 시조는 한국문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3·4, 3·4조로 이어지는 시조는 우리말의 어조에서 자연발생적으르 생겨났습니다. 민족고유의 정통 시지요.
김제=한민족의 문학에서 완전한 단절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현대시가 외국시의 직 수입품 일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니 현재 한국의 자유시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시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아야합니다. 그런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문제지요.
김상=일부라고 해야겠지요(일동웃음).어쨌든 시조는 우리민족의 정서가 이상적으르 표현된 것이니까 계승·발전시켜야겠습니다. 그러면 시조가 어떻게 우리문학에 자리잡혔는가를 알아보도록 하지요. 시조의 근원은 신라시대 향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제=향가가 생기기 전까지는 사언고시 라고 하는 한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에게 맞지 않았지요. 그래서 우리의 노래가 요구됐습니다. 향가는 이러한 요구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향가가 고려에 와서 고려가사가 되고 이조 때 사설시조를 거쳐 시조형태로 확립됐다고 봅니다. 그러면 서정철의『사미인곡』『관동별곡』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등 해동가요 등에 남은 많은 시조를 남겼지요.
이근=시조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그시대의 노래라고 하겠습니다. 사설시조나 시조나 다 그 시대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시입니다. 요사이 우리 나라에서는 시조시인이니 하는 말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그냥 시인이지요. 우리시가 형태를 바꾸어오다가 시조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단절된 시 형태인 것처럼 생각하니 이런 잘못이 나오는 겁니다.
김상=시조에 대해서는 신조·민족시· 정형시· 국풍 등 여러 가지 명칭이 있었습니다. 제 자신 3행 시란 이름을 써보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시조란 말이 가장 적합하겠군요.
이근=최근 들어 우리의 것을 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미술·음악·민속 등의 모든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조에 있어서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어요.
김상=시조가 시대감각에 뒤떨어진다는 엉뚱한 편견이었습니다. 또 한국의 시인들 중에는 시조와 자유시를 구별해서 시조를 서자 취급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도 안되고 계승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도 적습니다.
김제=큰 오류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의 자유시중에서 훌륭한 작품에는 시조의 형태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서정찰의 『연꽃 만나려 가는 바람같이』『국화 옆에서』 와 박두진의『해』,조지어의『승무』같은 시에서 시조의 운율이 보입니다. 이렇게 시조가 우리가슴 속에 살아있는데도 시조를 우리시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우리시가 중병을 앓고있다는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김상=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혼나지 않을까요. (웃음)
이근=현재 우리 나라에 시조시인이1백50명 정도 됩니다. 자유시 시인의5분의1정도지요. 그나마 시조시인이 명맥믈 유지하는 것을 보면 시조의 현대적 존재가치를 알 수 있지요.
김상=모두가 애써서 남아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가슴속에 지워버릴 수 없는 운율을 가진 정통문학이어서 없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김제=최근 들어 젊은 시인들 중에 시조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흐뭇하기는 합니다.
김상=이제 이 귀중한 시조를 어떻게 발전시켜야할 것인가를 이야기할 차례인데…. 우선 시조 쓰는 사람들이 보다 좋은 작품을 내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인구에 회자(회자)되는 시조가 있어야 할겁니다.
이근=영남에 낙강 시조동인 등 지방에서 시조운동의 싹이 트고 있습니다. 이를 키워나가야겠어요.
김제=시주 백일장 같은 행사도 많아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자유시를 쓰는 시인들도 시조를 쓰려는 노력을 해야겠고 평론활동도 활발해져야겠습니다.
김상=저도 시조를 씁니다만 문학잡지에서 시조를 거의 싣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제 신문에서 시조보급· 발전을 위한 「캠페인」 을 벌인다니 기대가 큽니다. 단 시일 내에 끝나지 않도록 끈기 있고 집중적인「캠페인」을 기대합니다.
이근=「매스컴」과 시인·대중들이 다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봅시다. <정리=임재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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