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김선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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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김선우(25·에드먼튼)가 완봉승을 따냈다. 마이너리그 첫 경기에서 6이닝동안 6안타 5실점하며 '빅 리그'진입 실패의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으나, 다행히 2번째 등판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내심 선발로테이션 진입을 생각했었고, 못해도 불펜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받았던 터라 마이너행 통보는 김선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있어서도 충격이었다. 성적이 좋았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느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그래서 초반의 등판 결과가 더욱 중요했다. 2002년 9월과 2003시즌 시범경기를 통해 보여준 '김선우'라는 이름이,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결과가 필요했다.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김선우는 그런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

김선우가 받았을 충격은 많은 유망주들이 느끼는 부분이다. 특히나 '올라갈 수 있다'고 느꼈을때 빅리그 진입에 실패한다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각팀 유망주들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 째는 부상이고, 둘째는 경쟁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해도 부상은 쉽게 피할 수 없다. 나이가 중요시되는 마이너리그의 특성상, 수술로 한 두해를 흘려보낸다면,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

어린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가장 힘겹게하는 것은 경쟁이다. 자신과 같은 포지션의 메이저리그 스타·같은 팀의 동료·트리플 A를 비롯한 산하 마이너리그 팀의 선수들까지 그 폭은 깊고 넓다. 특히나 자신보다 뒤늦게 들어온 선수에게 빅리그 진입이나, 선발출장의 기회를 빼앗긴 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김선우의 경우처럼, 오카 토모카즈와 자크 데이에게 밀려나는 것은 선수개인적으로는 실망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자신도 충분히 능력이 된다고 느낄때 인정받지 못한다면, 제풀에 무너져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선우에게 올시즌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망가질 수 있는 여러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마이너행을 지시받았다. 나이도 부담이 된다. 미국행을 택한지 7년째. 25이라는 나이는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기엔 많다. 잠시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고, 시범경기를 통해 더욱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느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김선우를 부르지 않았다.

마이너행을 통보한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말한 "빠른 시일안에-."라는 말은 인사치례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빅리그 진입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첫 등판의 결과는 그래서 더욱 비관적이었고, 완봉승의 의미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실력은 충분하다. 이젠 참고 기다리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시기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이라는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김선우도 실력으로 말하는 수 밖에 없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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