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육상기록의 사전 김기봉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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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육상경기기록의 사전」으로 불리는 별난 인물이 있다.
전국각지의 육상지도자나 체육교사들은 국내외 육상경기기록에 관한한 대한육상경기연맹보다 울산의 김기봉씨(40·학성고 교사·경남육상연맹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일이 더 많다.
육상기록을 수집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매우 하찮은 일이다. 그러나 그 작업은 결코 수월치 않으며 여간한 끈기가 아니고선 16년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항간에 유행하는 취미활동으로서의 「컬렉션」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보고 즐기는 것도 아니며 먼훗날「치부」의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김 교사가 육상기록수집을 시작한 것은 경북대사대체육과를 나와 65년 울산농고에 부임한 직후부터다.
나름대로의 확고한 뜻이 있었다. 『육상경기에서 0.1초나 1㎜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가.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학생을 지도하자.』
그는 국내에서 거행되는 각종 육상대회의 각 종목 상위6위까지의 기록을 모조리 「체크」하는 한편 해외의 육상관계 간행물과 국제육상경기단체들과의 서신교환으로 세계각국의 육상기록동향까지 세밀히 파악, 방대한 양의 기록집을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아진 것이 대형「스크랩·북」으로 18권.
그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값진 결실을 맺었다. 지난 15년간 서말구를 비롯, 박임준(남자 넓이뛰기) 이채홍(남자10종) 김순난(여자5종) 김만호 최수룡(이상 남자「허들」)등 수많은 대표급 선수들이 그의 지도로 자라났고 제자들이 전국규모 이상의 국내 및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이 3백20개에 달해 울산을 육상의 고장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기록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은 분명히 훈련에 차질을 가져옵니다.』 그는 지도자로서 일종의 책무와 사명감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마라톤」1천 걸까지 집계되고 있어요. 우리는 매년 종목별 5걸만 집계됩니다.』 그는 요즈음 한국육상의 종목별 1백걸을 파악하려는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학생시절 배구·축구·육상선수였고 특히 씨름의 경북대표로 활약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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