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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신축 이전키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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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이 신축, 이전된다. 문공부는 최근 문화예술계의 오랜 숙원이던 국립현대미술관건립 5개년 계획안(81∼85년)을 마련, 신축설계를 위한 기초자료수집을 금년도사업으로 확정하고 2천 만원의 소요예산을 책정함으로써 현대미술관 신축사업을 본격화시켰다. 새로 건립될 국립현대미술관은 총건평 5천평 규모(현 덕수궁미술관 2천평)-. 중요시절로는 상설전시실과 도자기 제조실·서화실기 연수실·강의실·영사실·「세미나」실 등을 갖추어 현대미술품을 상설 전시하고 전통문화의 전승교육장으로 널리 활용할 계획이다.
건립부지는 국유지나 시유지를 택한다는 원칙 하에 이전예정인 서울시청자리나 이미 도시계획에 의해 철거된 남산야외음악당 자리중 하나를 택할 지점인데 남산야외음악당자리로 할 경우 야외전시장과 공원도 겸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어 유력시되고 있다.
서울시청자리로 할 경우는 건축비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긴 하나 야외전시장 등을 겸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흠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축건립비는 총1백억원(80년 말 현재 불변가격)으로 잡고 있다. 이같은 건립예산은 문예중흥기금과 국고보조·현대미술관 자체의 건립기금조성 등으로 충당, 연2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산을 마련키 위한 활동의 하나로 우선 오는 3월중순 대대적인 「현대미술관 건립기금조성전」을 열 계획이다. 서울의 한국화랑협회 전 회원화랑에서 열리게 될 기금조성전은 미협소속의 전 회원들로부터 작품을 희사받아 전시, 판매한다는 것.
이미 2천2백 여명의 작가들에게 협조공문을 발송, 청탁한 현대미술관 건립기금 조성전에는 최소한 1천평 이상의 작가들이 작품을 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내의 모든 화랑협회 회원화랑들도 이미 이같은 전시회를 위한 일주일동안씩의 무료임대를 흔쾌히 약속했다는 것.
오래 전부터 자주 제기돼온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축문제가 이같이 급진전된 것은 지난해 가을 국전개막식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미술인들의 건의를 받고 야외전시장의 건립을 약속한데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5천년의 찬란한 민족문화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은 국·공립박물관에 많이 전시돼 있지만 이같은 문화의 맥락을 오늘에 재현한 현대의 문화예술작품은 상설 전시할 곳조차 없다는 뜻있는 인사들의 비판도 거셌다.
현대미술관은 바로 현대문화국가에서의 하나의 상징이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현대미술관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하나뿐이고 더우기 현대작품의 상설전시도 돼있지 않은 허술하기 없는 유명무실의 간판만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의 덕수궁의 미술관은 1년에 두번의 국전전시회를 갖는 외에는 대부분 대관을 하거나 연1, 2회 정도의 기획전을 여는게 고작이었다.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한 문화강좌나 일반문화 교양교육「프로그램」등은 장소의 협소, 인력부족 등으로 엄두도 못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도 관장이 이사관(2갑)이고 사무관과장 2명외의 전직원이 6명(주사·서기)뿐이다. 관장직급도 앞으로 새로운 현대미술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국립박물관장과 대등한 1급으로 승격되고 직원도 대폭 증원돼야 한다는게 미술계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신축될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품의 상실전시에 역점을 두고 도자기·서화 등을 중심한 전통문화강좌 및 실습「프로그램」을 대폭 개발, 일반의 문화교양을 높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모처럼의 문학예술계 경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당국의 예산지원·직제개편 등이 뒤따라야할 것 같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경성씨(미술평론가·홍대교수)=현대국가의 하나의 상징이 되는 현대미술관신축에는 절대 찬성이다. 현대미술관은 미술정책의 중심이 돼야한다. 새로운 미술정책을 펴기 위한 새로운 부대가 마련된다는 뜻에서 크게 환영하며 동시에 「키」는 현대미술관이 「무엇을 하느냐」에 있으므로 장기적인 운영계획도 병행돼야 하리라 본다.
▲정관모씨(조각가·성신여대교수)=국립현대미술관신축은 미술인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환영할만한 조치다. 미술회관(동숭동)신축 때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좀더 바른 안목과 양식을 갖추고 책임도 질 수 있는 소수인원을 중심으로 수행되어졌으면 한다. 80년대 문화유산의 하나로 길이 남길 희망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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