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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보여 읍 이름 바꾸는 '고령'

중앙일보

입력

높을 고(高)에 신령 령(靈).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발음만 보면 나이가 많다는 의미인 고령(高齡)으로 읽힌다. 이렇게 이름이 늙어 보여 발전이 더딘 것이라며 행정구역 이름을 바꾸려는 지자체가 있다. 높을 고(高)에 신령 령(靈)을 쓰는 경북 고령군의 고령읍이다.

고령군은 연말까지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바꾸고, 내년 상반기부터 새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 19일 밝혔다. 대가야읍으로 이름을 정한 것은 고령이 1600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와 4국 시대를 열었던 대가야의 수도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도나 시·군 단위 지자체의 명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받아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속한 읍·면 같은 행정구역 명칭은 자체 조례만 만들면 바꿀 수 있다. 단, 주민 과반수가 투표해 3분2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

고령군은 이달 말까지 주민 50명으로 구성된 명칭변경위원회를 발족한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주민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명칭변경 동의를 얻어낼 예정이다. 연말까지 '읍면명칭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군의회에 의결을 요청할 방침이다. 고령읍 명칭변경은 곽용환 군수가 고령읍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함에 따라 추진됐다. 곽 군수은 6.4지방선거에서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고령군 최민석 안전행정과 행정 담당은 "명칭 변경 후 표지판 교체작업 등에 쓸 3000여만원의 예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가야에서 신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고령'이 된 것이고, 그 유례 또한 정확하지 않다며 명칭 변경을 찬성하는 주민이 있는 반면, "고령읍이라는 이름 때문에 발전이 더디다는 게 말이 되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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