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점수 분포 공개해도-합격선 예측 어려워|26일 대입 면접 앞두고 수검생·지도 교사 여전히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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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2일로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전기 대학 수험생들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면접 시험 (26일)을 눈앞에 두고 여전히 진로 결정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당국은 계열 및 학과별로 지원자의 성적을 공개해 복수 지원제에 따른 수험생들의 혼란을 덜어준다고 하지만 공개되는 성적에도 복수 지망자의 성적이 포함돼 있어 수험생들은 지망 계열 또는 학과의 실질 경쟁률과 사실상의 성적 분포를 알 길이 없다. 이 때문에 성적 분포 공개가 면접당일 찾아가야 할 최종적인 진로 선택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대학 측은 복수 지망한 학생들의 대학간 또는 계열·학과간의 심한 이동으로 자칫 정원 미달 학과나 계열이 생겨날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복수 지망의 부작용>
당국이 수험생들에게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대학간 또는 동일 대학 내의 계열 및 학과간의 복수 지망을 무제한 허용하자 많은 수험생들은 보통 3∼4중, 심한 경우엔 8중(서울 K여고)으로 원서를 냈다.
A고교 진학 지도 담당 K교사는 수험생들이 학부형들까지 동원해 강요하는 바람에 『21일 하룻 동안 20여명의 지원서 60여장을 써주었다』면서 『교사의 진학 지도 기능마저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각 대학의 허수 경쟁률만 높인 채 수험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지도 교사들조차도 면접 당일 복수 지망한 학생들이 얼마만큼 빠져나가고 들어올지 대학간 또는 계열·학과간의 유동 상황을 모르고 실질 경쟁률을 예측할 수 없어 당황하고 있다.

<성적 공개의 효과>
대부분의 대학들이 모집 계열 또는 학과별로 지망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공개함으로써 수험생들의 최종 진로 결정에 다소 참고가 될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수험생들에겐 큰 도움이 못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대학 측이 공개하는 성적 분포가 어디까지나 복수 지망한 학생들의 성적까지 포함한 것이므로 이들이 빠져나가고 들어온 뒤 최종 면접 때의 실질적인 성적 분포는 아니며, 이를 사전에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은 이에 따라 대학별 점수 분포 공개를 보고 그 대학에서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다른 대학에서 들어올 수험생을 예상해 모집 인원의 1백10% 또는 1백20%에 드는 석차까지는 기다려보는 식의 선택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고민>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처럼 변수 요인이 많은 상황 속에서 면접 때 과연 어느 대학 어느 계열 또는 학과로 가야할지 최종적인 선택을 선뜻 내릴 수가 없고 지도 교사 역시 자신 있게 조언을 할 수가 없다.
각 대학 당국이 원서 마감 후 공개하는 지망 학생들의 성적 분포만 보고 자신의 성격으로는 A계열의 합격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성적이 낮은 B계열로 옮겼다 하더라도 자기보다 성적이 다소 나은 다른 복수 지망생들이 역시 똑같은 생각으로 B계열로 옮겨왔을 때 합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측의 조바심>
각 대학 당국은 수험생의 성적 분포를 공개한 뒤 그 대학에 복수 지망한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으로 합격이 가능하게 된 보다 나은 대학이나 계열로, 또는 「커트·라인」안에 못 드는 수험생이 보다 낮은 대학이나 계열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 특정 대학이나 계열 또는 학과의 경우 정원 미달 사태도 빚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고 걱정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수험생이 희망하는 1개 대학과 2∼3개의 안전 합격 대학에 모두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복수로 합격권에 드는 수험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령 1순위 지망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이 최종 응시 때 2∼3순위 지망 대학을 포기하게 되지만 공개된 점수 분포에는 이 숫자가 포함돼 2∼3순위 지망 대학을 1지망으로 지원한 수험생들 중 상당수는 합격권내에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커트·라인」이 보다 낮은 대학으로 옮겨가게 되고 이에 따라 군데군데에서 정원 미달의 공동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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