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진로 정당성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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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의 새 대외정책 시사>
한미 양국의 새로운 정치체제가 등장하여 새로운 수뇌들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감격적인 일이다.
역사적으로 되돌아 볼 때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이래 1백년 동안은 우리 민족에 있어서 반드시 행운만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 우리 민족은 나라를 잃고 해방되고 국가가 분단되는 고난의 역사를 미국과 더불어 지내왔다. 이번에 이루어지는 한미정상회담은 과거의 양국 관계를 정리하고 향후 새로운 한미관계를 다짐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한다.
○…………<「안보협력」이 주 의제>
「레이건」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 취임한 즉시 전두환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새 미국 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자세를 말하기도 하는 것이거니와 우리 나라의 제5공화국 체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당한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의 안보협력 문제가 될 것 같다. 이미 한국은 70년대 후반부터 안보체제에 있어 대미의존을 벗어났다.
한국군은 75년부터 국군현대화 5개년계획에 의해 미국으로부터의 무상 군사원조를 받지 않았다. 60년대 후반부터 없어진 경제원조와 아울러 군사원조가 종료됨으로써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일방적 시혜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다시 말해 양국관계는 상호협력관계로 전환됐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임하는 기본 자세는 미국의 필요에 의해 한국의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가 이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카터」 정부는 이러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해 양국관계에 혼돈이 있었으나 「레이건」 대통령의 새 정부는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 안정을 위해 한국이 강력하고 안정되고, 그리고 민주정치를 지향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 일방시혜시대 지나>
이런 면을 볼 때 양국의 안보협력은 일방적 협력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가 되어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단순하게 대한 공약을 지키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북아 국제정치체제와 안보를 위해 기여돼야 한다. 이같은 필요성에 의해 이번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레이건」 정부는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레이건」 대통령이라고 해서 반드시 미군을 무한정 한국에 주둔시킨다는 약속도 없는 것이고 대소 강경자세라고 해서 교섭과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국 국민이 「카터」 대통령 대신에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미국의 세계지도자 역할에 대한 기대를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대소관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재래식 무기의 낙후를 시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재래식 무기면에서의 열세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 무역정책 정비>
미국이 우방에 대해 추구하게 될 협력관계는 이러한 재래식 군사력의 「갭」을 줄이는 면에서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군사력의 증강은 이 점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해마다 한미 합동으로 실시되는 군사훈련이 「카터」 대통령 시절에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험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대소 군사력의 열세를 회복하는 측면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볼 때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상 가장 심각한 취약지역은 중동일 것이며 그 다음이 한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대비는 미국의 초미의 문제인 셈이다.
이와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중공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유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할 줄 안다.
○…………<미-중공관계 논의돼야>
한반도에서 교전 당사자로 대치했던 미국과 중공은 한반도 문제를 방치한 채 양국만 화해를 이룩한 바 있다. 미-중공 화해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방향선상에서 추진되어야 함은 명백한 일이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레이건」 정부에 대해 미-중공 화해의 불합리한 부분을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안보문제에 비하면 부수적일 수도 있지만 경제문제도 정상회담의 중요한 안건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무역전쟁을 전개하고 있음에 따라 한국은 양국 무역정책의 피해국이 되고 있다. 물론 경제규모나 교역량으로 볼 때 한국이 일본과는 비교되기가 어렵지만 「아시아」 평화 등을 위해서 대한무역정책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최근의 한국내 정치과정의 평화적 진행 등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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