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막은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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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상」「현실」다소 마찰>
-민정당이 전두환 대통령을 2월말에 선거할 12대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민한당도 유치송 총재를 대통령 후보에 지명함으로써 대통령 선거전의 「팡파르」가 울렸습니다.
-유신후 처음 실시되는 대통령 경선이란 점에서 대통령 선거에 적지 않은 관심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의 국민들은「결과」의 예측이 쉬운 대통령 선거보다는 변화무쌍한 요인들이 잠재해 있는 국회의원 선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요.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는 아직도 각 정당들이 확고한 작전수립과 승산 채점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입니다. 그 한 예가 정당의 지구당 위원장 경질사태인데, 민정당이 창당 직전에 5개 지역구 위원장을 교체한「백·그라운드」는 무엇일까요.
-민정당이 과거 공화당처럼 사전 조직을 안 한데서 나온 부작용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개혁세력의「이상」이「현실」과 다소 마찰을 보인 현상 같습니다.
-참신한 신인을 우대한다는 원칙아래 조직책 선정을 했으나 막상 신인이 조직을 관리하려고 하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는 거죠.
-취약지구의 사정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국회의원 후보 공천 때까지 최소 몇 사람은 더 바꿜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민정당의 5개 교체지구 중 김포지구(신능순) 춘천-춘성(홍종욱) 등 2개구에 그 도출신의 교육감을 임명함으로써 이대순(전 전남 교육감·고흥-보성) 육태성(전 충북 교육감·청주-청원) 씨와 더불어 교육감 출신 조직책이 4명이 됐습니다.
-민한당의 김병렬씨(원주-원성)도 강원 교육감 출신인데 교육감이 정치에는 신인이지만 지역에서는 기성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춘천 같은데서는 조직책과 공천「라이벌」이 함께 당에 있으면서 조직관리에 과열경쟁을 벌이다 두 사람 다 밀려나고 제3자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케이스」지요.
-지내놓고 보니 공화당 정권 붕괴의 불씨가 바로 1·1%패배에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정당들은 의석도 의식이지만 전체득표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민한당에서도 알게 모르게 조직책이 바뀌었어요. 조직책 심사 막바지에서 유옥우씨가 탈락했고 그 뒤 문경-예천의 김문석씨가 지역구 사정이 나쁘다고 하여 정인호씨(전 국회 전문위원)로 교체됐지요.
-신상우 조직분과 위원장은 지구당 위원장 중에서 대통령 선거에 실적이 저조하거나 민심에 노출된 인품이 현격하게 저급한 사람에 대해서는 공천 때 탈락시키겠다고 했어요. 문제지역에 대해서는 정밀 조직감사를 해 득표력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 국민당은 다른 차원의 걱정을 하고 있어요. 국민당 간부들은 모두『남들에게는 3등정도로만 표현해 달라』『너무 새어도 곤란, 약해도 곤란, 속으로 표만 다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인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들이 국회의원 후보공천을 시작하게 될 터이니 선거인단 선거와 동시에 사실상 국회의원 선거가 「스타트」한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민정당은 선거인단 선거를 재일 중시해요. 우선 전 대통령을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이 되게 해서 그 여세를 몰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지요.
민정당은 선거인단 선거구별로 정원의 절반은 당 추천 후보를 내고 나머지는 지구당 위원장이 친여 인사를 골라 개인적으로 포섭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공천 선거인단 후보를 추전할 유권자 2백∼3백명으로부터는 입당 원서를 받으려고 할 테지요.
-민한당은 당원·비당원을 가리지 않고 선거인단 후보를 추천할 예정인데, 당원이 아닌 사람이 상당수 당 추천을 받겠다고 희망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고 해요.
-그러나 2백명 이상의 유권자 추천을 받는데는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있어요. 왜냐하면 심지어 당원까지도 표는 민한당 후보에게 찍겠지만 이름을 적고 도장찍어 문서화하는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신원보증이나 빚 보증하는 것처럼….
한편으로는 2백명이면 충분할 추천인을 2천∼3천명씩 확보해 일부만 선관위에 추천인으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명단을 대외비로 움켜쥐고 있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어요.
-대통령 후보가 4, 5명이 된다니 과거 대통령 선거 때보다는「난립」인 셈입니다.
-아무리 자유경쟁이라고 하지만 승산이 없는 경선에 그토록 많이 끼어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도 있어요.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은 병졸 없는 장군과 같지요.
-민정당은 선거인단(5천2백78영)의 70∼80%지지는 쉽지 않겠느냐고 보는데, 지역구 조직책 중에는 당 추천후보간에 경쟁이 붙어「단합」을 저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민한당은 선거인단 정원의「반타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원이 2명인 구역에서는 1명을 추천하겠다는 것인데 당 추천 후보가 총 정원의 과반수만 차지하면 승산이 있다는 거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셈은 적당히 힘들여서 체면유지만 하면 족하다는 것 아니겠어요. 참전에 뜻이 있으니까요.

<민정, 선거인 선거 중시>
-「올림픽」정신이라고 하겠군요.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2개월 남짓 남았으니 선거를 치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돈쓸 날이 많이 남아있는 셈이죠.
-지구당 창당 대회를 개최하는데 주요정당에서는 적어도 5백만원은 넘게 들어간 것으로 얘기되더군요.
-어느 당을 보면 지구당 창당대회 참석자에게 교통비로 7천원 정도를 주었다고 하고, 어느 당의 위원장은 3천원 또는 5천원씩을 주고 6백∼7백원 짜리「타월」· 점심식사 대접 등 부대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재산으로 l인당 1만원의 비용이 든다면 5백명을 모은 곳은 5백만원, 8백명을 모은 곳은 8백만원이 들었겠군요.
-본격적인 선거기간이 되면 선거법 위반사례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고 5천만원 선으로 예상되는 선거법 정경비에 묶일 것 같으니 돈올 쓰려면 그전에 투입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같은 여건이라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아무리 적게 써도 1억원 이상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요.
-대체로「5당 3낙」이란 말에 수긍이 가지만 돈 안 쓰는 선거를 하겠다는 개혁 세력들의 의지가 제대로 먹혀들면 1억원 정도 쓰고 당선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구시대」였지만 10대 선거 때 서울에서 웬만큼 돈을 써야 했던 구 공화당 후보 중 한 사람은 10억원을 뿌렸다는게 정가의 후문이었죠.
-국회의원 선거까지의 중간선거 성격을 띠고 있는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의 후보자 확보를 위해서도 각 지구당 위원장이 1천만∼2천만원은 최소 경비로 각오하고 있어요.
-야당 위원장도 대통령 선거인 후보 1인당 10만원씩은 대접으로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더군요.
-국회의원 입후보를 겨냥해 지구당 조직책이 된 사람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손에 쥔 퇴직금을 벌써 다 써 버렸다고해요.
-정당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 비용만큼은 당에서 부담할 것 아니겠어요.

<민한,「반타작」이 목표>
-전국구 국회의원 후보의 확정시기는 과거 야당의 경우를 보면 국회의원 선거일 공고 후,의원후보 등록이전이 되었는데 71년 8대 국회 때는 후보등록 마감시간 직전에 결정이 난 적도 있지요.
-전국구 후보 결정엔 늘 말썽이 빚어져 유진산 당수 때는「파동」까지 발생했죠.
-지난 연말 민한당에서 한창 지구당 조직책 경쟁이 벌어졌을 때 어떤 인사가『지금 조직책을 따내지 못하고 전국구 쪽으로 밀리더라도 어차피「억대」는 써야하니 이번에 운을 걸겠다』고 한 말을 물어보면 대개 전국구에 돈 쓸 각오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전국구와 관련해 민정당엔 「홍당무」란 표현이 나 돌았죠. 민정당이라는 당나귀를 끌고가는데 있어서 전국구를 홍당무로 활용하겠다는 거죠.
-민정당에서는 전국구의 우선 순위가 창당 준비위원에게 있습니다.
-민한당도 과거 만년 야당「이미지를 씻어아 하고 또 정권쟁취보다 비판정당을 표방하는 마당에서 정책제시가 활발해야 하기 때문에 각부문의 전문가 영입이 필요한 점을 들어 전국구수요가 특히 커지고 있답니다.
-최근 각 정당의 중앙당 창당 대회를 보니 순조롭고 조용한게 특징이지요.
-야당이 창당대회 당일에 대통령 후보까지 결정한 것도,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 것도 야당사상 유례가 거의 없는 일이죠.
-야당의 저력 과시라고 봅시다.
-민정당 대회에 대의원 9천명이 참석한 것치고는 축제분위기로 상승하지 못한게 아쉽더군요.
-그 창당 대회 비용은 작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규모로 치른 새마을 대회가 1억2천만원이 사용된 것을 참작하면 어느 정도 추측이 돼요.
-민한당의 대의원 규모가 4백여명이니 격차가 크군요.

<서민 위주 정책 내세워>
-다른 얘기입니다만, 각 정당이 내세운 정강·정책, 특히 정책 부문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구 신민당 정책은 헌법개정·진급조치 해제 등 체제 골간에 대해 내세우는 바가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민한당 정강·정책을 만든 이진연 정책분과 위원장이『계엄하이고 입법회의 의결법안 등과 상위되는 정책을 조정하는 등 애로가 많았다』고 고백한걸 감안할 때 민한당 정책이 왜 위시적인지를 이해할 것 같아요.
-과거 야당은 국민의 귀에 솔깃한 것을 골랐을 뿐, 정책의지가 미흡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되겠죠.
-긍정적으로 보면 이번에 채택된 정책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서민에게「어필」하는 것이 선택된 걸로도 볼 수 있어요. 서민 교통요금 동결은 흔히 듣던 것이라 해도 취로사업 확대 등이 정강 정책에 나온 것은 특이해요.
-정강·정책은 정당의 간판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그것을 보고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풍토가 되어야겠습니다. <정리=한남규·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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