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7~9월 대상포진 환자 많아 … 50대 이상 통증 더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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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 신체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기 쉬운 시기다. 특히 대상포진에 노출되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대상포진 환자는 2008년 41만 명에서 2013년 62만 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7~9월이면 평균 진료인원이 다른 달보다 많아진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겪은 뒤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활동을 재개하며 발병한다.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대상포진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3명 중 1명이 일생 동안 대상포진을 한 번 이상 겪고, 약 70%가 50세 이상 성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서도 50대를 비롯한 중·장년층의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이유는 바이러스가 신경세포를 망가뜨리면서 발생하는 통증 때문이다. 산통에 견줄 만큼 매우 극심하다. 문제는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수개월, 수년까지 지속한다는 점이다.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하는데, 대상포진을 앓은 60세 이상 환자의 40~70%가 겪는다. 고령 환자는 작은 접촉에 수반되는 극심한 통증으로 우울증·만성피로·수면장애 등을 호소한다.

후유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두 바이러스는 신경절을 타고 움직이면서 발병 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바이러스가 눈을 침범하면 각막염·결막염을 유발하고, 안면신경을 침범하면 안면 신경마비로 한쪽 눈이 감기지 않거나 마비된 쪽의 미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 대상포진이 뇌졸중 등 중증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40세 이전에 대상포진을 앓을 경우 나이가 들었을 때 뇌졸중 위험이 74%, 심근경색 위험이 4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발생 및 합병증 위험을 낮추려면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고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를 한다.

50세 이상이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예방할 것을 권한다. 대상포진은 초기 증상이 감기나 근육통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발병 후 72시간 안에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은 치유기간을 단축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을 낮춘다. 작은 물집이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나타나거나 물집을 중심으로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즉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또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수두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거나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 영·유아에게 수두를 유발할 수 있어 접촉을 피해야 한다.

박휴정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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