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누웠다 다시 일어나신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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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잠깐만 누웠다 일어날 거야. 곧 봄도 올 거니까.』이렇게 말하고 작년 11월 자리에 누운 월탄은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갑작스런 부음에 접한 문인들은 물론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줄을 이어 서울 평창동 빈소를 찾아 분향했다.
제자인 윤병노 성춘습씨 등이 밤을 새워 빈소를 지켰고 14일 이른 아침부터 이규호 문교부 장관과 김동리 이가원 조병화 박경수씨 등 문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평창동 언덕위 남향한 한옥의 월탄이 기거하던 방에 마련된 빈소엔 꽃 몇송이가 조촐히 놓였고 유일한 자녀인 장남 돈수씨(60)만이 조객을 맞았다.
월탄이 바깥출입을 못한 것은 40여일째, 지병인 신경통으로 고생해왔는데 최근 신경통 치료약을 과용, 위장 장애를 일으켜 기력이 크게 약화됐었다.
지난해 10월29일 월탄 문학상 시상식에 간신히 참석한 뒤 한때 병세가 다소 회복됐던 그는 부산에서 열린 예술원「세미나」에 다녀와서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11월26일부터 출입을 못했다.
이 때문에 연초 자택을 방문한 후배문인들의 세배도 못 받고 방명록으로 대신했다. 장남과 손자 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3 일하오7시45분 숨을 거둘 때는 유언 한마디 없이 잠자 듯 했다.
월탄은 1남을 두었고 손자 손녀는 모두 다섯명, 그 가운데 손녀 4명만 출가했고 손자는 아직 미혼이다.
며느리 현화수 여사(57)는 작가 현진건씨의 따님이다. 평창동 한옥은 도시계획으로 헐린 충신동55의 한옥을 그대로 옮겨 76년 복원했다.「조수누」로 불리던 이 한옥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던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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