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책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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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상은 참으로 많이 발전한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간소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베풀어진 과외로부터의 해방은 누구나 가슴 후련한 시원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독 오히려 퇴보한 듯한 느낌마저 주는 것이 한가지 있다. 요즘 국민학교 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을 보면 차라리 우리들 어렸을 때 메고 다니던 가방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학년 때는 어머니들이 만들어주신 전으로 만든 가방을 깨끗이 풀을 먹여 다려서 갖고 다니던 일도 생각나는데 그것들은 거의 무게가 없었다. 오늘날 책가방은 큰 책「스케치·북」도 들어간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책을 넣지 않은 가방만 들어봐도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엄마들은 다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가방이 크더라도 도 신발주머니·학습자료들은 따로 들어야하니, 어린것들 학교 가는 길이 얼마나 고달플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모양을 보면 꼭 지게 지고 가는「폼」들이다. 세상은 참으로 발달하여 어른들은 누구나 가볍고 멋진「백」을 휴대한다. 짐이 많은 사람을 위해선 바퀴까지 달린「백」을 끌고 다니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게 이 무슨 형벌인가! 내 생각으론 신발주머니라고 갖고 다니는 조그만「백」-고것 만한 것이면 꼭 적합할 것 같다. 내가 국민학교 학부형으로서 이렇게 할말이 많지만 웬만한 장거리 여행자들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매일 갖고 다니는 중·고등학교 학부형들의 그 심정이 더하고도 남을 것이다.
개선하려 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과외로부터의 해방에 이어 이번에는 책가방에 혁명이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인천시 간석동 주공「아파트」70동201호) 정정해

<투고 바랍니다>
『손거울』난은 생활속의 애환을 비추어 주는 난입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감을 어딘가에 이야기하고 싶을 때 글을 써서『손거울』로 보내주십시오. 보내실 곳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58의9 중앙일보 문화부입니다. 원고와 함께 사진도 꼭 동봉해 주십시오. 게재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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