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줄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 소설은 특정한 사건이나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굳이 하나의 맥을 잡아보자면 어느 여름날 아침 기이한 환각에서 깨어난 한 젊은이가 막연히 무덤으로 가야한다는 자기 암시에 사로잡힌다. 여기에서 무딤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묻어버린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 소설은 자기 암시에 걸린 주인공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무딤을 찾아가는 하루 낮의 이야기다.
그는 무덤으로 가는 도중 자진의 과거와 현재의 여러 가지 국면들과 만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신의 뿌리가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속한 현실과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하는 것을 다시 보고 확인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무덤에 이른 그는 아버지의 무덤 밑에 자신의 무덤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눕고 거기에서 새로운「나」가 시작되도록 한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맺는다.
자기의 과거를 묻어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