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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재탕인 주말 낮… 무성의 드러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삼한사온을 잃어버린 올 겨울의 강추위는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을 TV앞에 계속 붙들어 앉히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국 축으로선 다행스런 일일수도 있겠지만,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불만의 소리도 높아진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지난 주말만 해도 그렇다. 추위도 추위지만 안 그래도 달리 뾰족한 주말 계획이 있을 수 없는 대다수 시청자들은 유일한 구원인 TV에서마저 실망의 씁쓸한 맛을 되씹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연속극의 재방송으로만 온통 메워진 주말의 낮「프로」들은 한마디로『성의 없음』이라고 밖엔 달리 어떻게 표현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불만거리였던 『같은 시간대 같은「포맷」의「프로그램」이 올해도 매한가지요, 재방송에서 마저 여전하다면 시청자들의 바람쯤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처사같아 노엽기 조차하다.
○…KBS가 제2TV를 통해 매주 목요일 밤10시에 방영하고 있는 2시간「드라머」『TV문학관』은「채널」 9에서 방영하던『문예극장』을 발전시킨「프로」로서 TV「드라머」를 위한「오리지널」대본이 부족한 현실에서「드라머」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착상이다.
TBC「탤런트」들을 흡수함으로써 풍성해진 연기진도 이 시간을 볼만한「프로」로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고 그날그날 소모품처럼 되어버린 매일 연속극과는 달리 예술성울 심어보려는 제작진의 의도도 엿보여 호감이 간다.
그러나 의욕이 지나친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시간 역시「드라머」의 예술성이나 품격에 너무 힘을 주어 극의 진행이 경직된 느낌과 자칫 지루해지려는 감을 떨치기가 어렵다.
덧붙여 『TV문학관』이란「타이틀」의 관자는 관인지 관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 어느 것이라 해도 눈 귀에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로 차라리 옛 이름 『문예극장』이 거창하지 않고 문학적 아취가 있어 좋았던 것 같다.
○…TV보는 재미를 꼽는다면 괜찮은 외제「필름」보는 맛을 제외할 수는 없다. 지난주 KBS 제1TV가 목요일 밤7시20분에 방영한 과학영화 『미지의 세계 코스모스』「우주의 조화」편과 금요일 밤10시 제2「채널」을 통해 방영한『예술의 전당』「뉴욕·시티·발레」 단의「브람스」의 『연가』와「스트라번스키」의『풀티넬라』는 흥미로운 구성과 자상한 해설로 문외한들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어 즐거웠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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