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로 끝난 문협 이사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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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일 하오 잡지회관에서 열린 문협 제20차 정기총회는 조연현 현 이사장 지지세력의 일방적인 독주로 조씨를 다시 이사장으로 앉혔다.
대의원 총원 1백37명중 1백32명이 참석한 이날 총회는 벽두에 시인 이원섭씨 지지세력들의 가벼운 저항이 있었으나 회의는 조씨 계열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씨의 당선이 확실한 분위기 속에 회의가 열리면서 대의원들의 관심은 조씨가 과연 어떠한 명분으로 다시 이사장을 맡을 것인가에 쏠렸다.
조씨도 이같은 분위기를 짐작한 듯 개회사에서 신상발언을 통해『협력보다는 거부, 긍정보다는 부정과 비단이 더 많은 문인사회에서 이사장을 맡기에는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고 건제하면서『유능하고 덕망있는 새 이사장을 뽑아 주기 바란다』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조씨의 이같은 사퇴의사는 많은 대의원들에 의해「부당」함이 지적되는 가운데「철회」되는 것으로 분위기가 이끌어져 갔다.
시인 김모씨가『조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진의가 무엇이냐. 꼭 이사장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지금 별다른 후보도 없으니 이원섭씨를 만장일치로 선출하도록 해야한다』며 분명한 태도를 밝히도록 요구했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일순 긴장되었다.
『투표를 해야지』하는 소리가 대의원 석에서 나오는 가운데 조 이사장이『드러내고 위원장이 되겠다고 입후보는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자기를 뽑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투표를 해야 한다』고 의사를 진행했다.
조씨의 이같은 의사 진행은 자신의 재선을 막지 않겠다는 암묵적 의사표시였고 곧이어 투표가 시작되자 이미 조 이사장의 재선을 의심하는 대의원은 없었다.
이원섭씨는 시종 굳은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지켰고 측근도 움직이지 않았다.
압도적 다수득표로 이사장에 재선된 조씨는 또다시 신상 발언을 통해『한달 전 나는 새 이사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능력없고 인망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게 의사를 밝혔는데도 대의원 여러분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선출해 주니 사랑스럽다. 그러나 지금 심정으로는 이사장을 맡을 의욕이 없다. 대의원 여러분이 재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무슨 말씀이냐』며 문모씨·최모씨 등이 나섰다. 대의원들이 뽑은 조 이사장은 공인인 만큼 거취를 그렇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조 이사장은 새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자고 후퇴했다. 기자들과 만난 조 이사장은 흥분된 상태.
『이사장 안 하기도 어렵다』『문단 내 알력 말도 마시오』『총회의 결정은 결정이지요』『언제 이사회 열어 사퇴하겠느냐고 묻지는 마시오』등등의 말을 격앙된 어조로 말하고 대의원들의 식사 장소인 청진동 H음식점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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